[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6 끝나지 않은 겨울 - 4편
지자체 지원 한계·위생도 엉망 ,인규의 화분들은 ‘희망’의 상징

가정의 달 오월은 쪽빛보다 푸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족의 존재를 되뇌게 하는 각종 기념일은 이달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어느새 한낮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오월 하순이 됐지만 인규(11·가명)네 집은 아직 겨울이다. 지적장애 2급인 엄마는 지난해 고기절단기계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했고, 올 초 중학교에 입학한 인규의 형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등의 연속이다.

전기설비업자인 아빠는 지적장애 직전단계인 경계선 지능으로 정상적 대화가 힘겹다. 부모의 질병을 되물림 받아 태어난 인규 역시 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 자라고 있다. 대부분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성립된 유년시절 자아로 평생을 살아가지만 형제는 엄마의 지적장애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건강한 부모도 키우기 힘든 장애아동을 부모조차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올곧게 교육한다는 것은 너무도 벅찬 일이다. 형제는 지자체와 관할 복지관의 도움으로 활동보조와 심리치료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연령에 제한을 받아 그 기회마저 줄어드는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집안의 위생상태다. 가족 중 제대로 가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마당엔 쓰레기가 한가득, 내부는 곰팡이와 함께 세 들어 사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매일 아침 형제는 대문 앞 수도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등교에 나선다. 며칠을 씻지 못해 까맣게 낀 손톱 밑 때는 아이들의 애처로움을 대변한다.

최근 인규는 작은 취미가 생겼다. 옥상 구석에 자리 잡은 화분단지에 조금씩 식물을 키운다<사진>. 파, 상추 등 갖가지 채소를 비롯해 선인장까지… . 작은 화분에서 어느덧 제법 모양새를 갖춰 자란 모습이 마치 사랑을 주면 쑥쑥 커나가는 인규와도 비슷하다. 인규의 엄마 민경(42·가명) 씨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자랑스럽기만 하다. 비록 평범한 엄마들과 같이 해줄 순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여느 부모 못지않다. 민경 씨는 “아이들이 엄마를 가깝게 느끼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많이 많이 사랑한다”며 어눌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눌러 담아 전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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