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복지회관 치킨집 개업준비
軍 “절차 오류”…일방적 계약 취소

영동의 한 군부대 복지회관 내 치킨집 창업을 준비하던 A(38) 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개업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에서 군부대 측으로부터 영업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치킨집을 열기 위해 경기도 시흥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달 초 영동으로 내려왔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이지만, 친척 소개를 받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군부대 시설을 사용하려면, 이 지역에 주민등록을 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그는 지난달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이사했다. 그는 지난 2일 부대장 직인이 찍힌 복지회관 사용 협약서에 서명했다. 한해 252만원의 사용료를 내고 2층 점포 81.34㎡를 3년간 사용하는 조건이다. 협약 후 그는 대형 치킨 프렌차이즈와 가맹점 계약을 하고, 영업시설을 갖추면서 창업 꿈에 부풀었다. 매장 안에 집기류를 들이고 각종 재료와 생닭 등을 납품받는 데 1000만원이 넘는 돈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와 가족이 들뜬 기분으로 기다려온 개업 예정일은 24일이다. 그러나 그가 프렌차이즈 지원을 받아 최종 영업 리허설을 하던 지난 21일 군부대 측은 일방적으로 영업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행정적인 오류가 발견돼 협약이 무산됐다는 청천병력 같은 통지였다.

군부대 측은 이 점포 영업자를 찾기 위해 지난해 2차례 입찰에 부쳤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를 토대로 사용료를 낮춰 A 씨와 수의계약 했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회계 연도가 바뀌고 사용료 변경도 있었던 만큼 재입찰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군부대 측 지적이다.

부대 측은 "우리 쪽 업무 착오가 있었고, 현재 내부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 만큼, 계약을 지금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팀에서 A 씨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고, 손해배상 방안과 절차 등도 안내해주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거주지까지 옮긴 A 씨는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대 측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법을 통해 대응하라는 식으로 얘기한다"며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날 지경에 처했는데 사과조차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군부대 공신력만 믿고 한 달 넘게 헛수고한 시간이 분하고 억울하다"며 "직장까지 그만뒀는데, 어디부터 수습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동=배은식 기자 dkekal2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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