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시 개발위원회장

가정의 달, 5월도 거의 지나가고 있다. 특별히 '가정의 달'을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너무 각박하다 보니 일에 시달리고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 한번쯤 가정을 생각해 보자는 캠페인성 의도가 숨어 있을 법하다.

매년 오월이면 우리는 '사랑과 감사'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한 달을 보냈다. 그래서 일 년 중 가장 가슴이 따뜻했던 달이 오월이 아니었나 한다. '어린이날'이면 내 아이는 물론 다른 집 아이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미래에 희망을 걸었다. 어른이면 누구나 그들이 올곧은 미래의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버이날'에는 언제나 '사랑과 감사'를 먼저 생각했다. 이런 마음은 자신의 부모님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어른들에게로 이어져 어른들을 공경하게 됐다. '스승의 날'도 하루 종일 '감사'를 가슴에 품는 날이다. 이 날은 시골 여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스승을 모시는 행사를 함으로써 정해진 값진 날이다. 그리하여 현재의 은사는 물론 옛 은사까지도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날이다.

이런 날들은 가족을 인식하고 서로 사랑하며 늘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던 것이 요즈음에는 그 의미가 많이도 변하였다. 변하는 세태를 바라보면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기보다는 값비싼 선물로 어른의 할 바를 다한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닌지, 결손 가정에서 떠밀리어 갈 곳을 잃은 아이는 내 주위에 없는지. 부모에 대한 효도 그렇다. 정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부모는 자식의 다정한 목소리 한 마디가 그리운데, 오로지 돈으로 효를 다하려 한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부모에 대한 학대와 버림은 말해 뭣하랴. 스승에 대한 감사의 표현도 매일반이다. 제자가 되어 스승의 고매한 사랑을 가슴에 새기려는 것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이 '김영란 법'이다. 몇 몇 잘못된 경우 때문에 세상을 맑게 하겠다는 대전제가 얼마나 많은 우리의 따뜻한 심성을 갉아먹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가끔 군사정부 때에 있었던 '가정의례준칙'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너무 법으로 통제하려는 안이한 생각이 우리 민족의 선한 심성을 무너뜨리고, 오로지 의심하고 불신하며 후비는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불신으로 흩어진 힘은 발전의 원동력으로 한데 모으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도 기억할 일이다.

'가정의 달'은 이런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금년에는 그나마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스쳐지나갔으니 더욱 안쓰럽다. 분단된 국가에서 민족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큰 흐름에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가정 안에서는 가족애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 오월이 밀려가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따뜻한 가슴을 추스르는 일은 놓치지 말아야겠다. 세상 변화에 동참하는 거 다 좋지만 가정을 일구는 일에는 결코 게을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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