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두려움의 기술'

'강심장' 익스트림 스키 女帝의 두려움 사용법

신간 '두려움의 기술'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위인과 필부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두려움 대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위인은 온갖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만, 수많은 필부는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목표에서 이탈하고 만다.

그래서 마하트마 간디는 "두려움이 바로 우리의 적"이라 했고, 넬슨 만델라는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 했다.

신간 '두려움의 기술'(예문아카이브 펴냄)은 중요한 고비의 순간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시시각각 엄습해오는 통제 불능의 두려움에 대한 뜻밖의 대처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전 미국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 국가대표로 역대 동계올림픽 스키 금메달리스트들이 만장일치로 꼽은 익스트림 스키의 여제 크리스틴 울머다.

현역 시절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여성 스키어로 불린 그는, 전 세계 스키어들 사이에서 죽음의 코스로 알려진 그랜드티턴을 여성 최초로 강하하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21m 절벽에서 점프할 정도로 강심장이었다.

2003년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뒤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두려움'에 대해 연구했다.

이 책은 그의 겁 없던 선수 시절 경험과 두려움 전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쓰였다.

두려움은 낯섦, 분리, 단절, 거부, 실패 등으로부터 생겨나고, 분노, 불안, 걱정, 질투, 긴장, 스트레스를 낳는다.

우리는 종종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지만, 쉽지 않다.

책은 두려움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모든 단계에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 존재라고 지적한다. 때때로 모든 것을 서툴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병리적 반응을 유발하지만, 생존에는 반드시 필요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두려움에 대한 저자의 처방은 의외로 단순명쾌하다.

두려움을 피하거나 억누르거나 맞서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 단지 두려움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두려움을 이기진 못해도 삶 속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려움을 포용함으로써 위대한 운동선수들이 도달하는, 두려움 없는 몰입, 즉 무아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몰입의 상태를 지속할 순 없고, 그런 상태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두려움과 몰입을 순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두려움의 기술'을 설파하는 저자 역시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과 술래잡기를 계속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나는 여전히 치료가 필요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비록 이제는 거의 스키를 타지 않지만,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은 스키와 관련돼 있다. 스포츠 사고 동영상을 보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들의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또한 나는 깊이 잠들지 못한다.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 깨어난다. … 하지만 나는 두려움을 피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내 곁에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나의 이야기다. 두려움과 나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한정훈 옮김. 440쪽. 1만7천원.

abullapia@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