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바쁘고 연차 눈치, 부모 못오는 아이들에 상처
학부모가 결정하는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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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인 김모(45·여) 씨는 초등학생 자녀를 2명 둔 학부모다. 김씨는 얼마전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회사가 바빠 눈치가 보였지만 연차를 내고 참석했다. 지난 참관수업에서 부모가 참석하지 못한 학생이 의기소침하게 수업을 받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바빠서 참관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면 자녀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내가 참석하지 못했으면 내 자녀도 속상했을 생각을 하니 무리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참관수업이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22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 초등학교 148개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학부모 참관수업은 수업공개를 통한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과 함께 궁극적으론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자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문제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맞벌이 부부들은 학부모 참관수업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통계청 기준 맞벌이가구 비율은 2013년 505만5000가구(42.9%)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6년에는 553만1000가구(44.9%)로 증가했다. 자녀가 없는 가정, 자녀들이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 가정을 감안해도 비율이 높다. 학부모 박모(43·여) 씨는 “학부모 참관수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학부모 참관수업이 ‘직장인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생도 학부모 참관수업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학교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의 경우 학생은 오히려 참석 할 수 없는 자신의 부모를 탓하거나 자신의 가족이 학교에 오는 것을 꺼려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2018 청소년 통계를 보면 전국 다문화학생수는 2016년 약 9만9000명에서 지난해 10만9000명으로 약 1만명 증가했다. 학부모와 직접적인 대면으로 정형화 돼 있는 학부모 참관수업이 오히려 다문화가정 학생에겐 소외감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다문화 학생들이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학교마다 환경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학부모 참관수업이 부담이 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을 수 있어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기초에 학부모들과 교사들 상대로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학부모 공개수업 방식을 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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