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의 한 정육식당에서 지적 장애 여성이 5년 동안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시달려온 딱한 사연이 밝혀져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지적장애 여성인 황모(58)씨는 업소에서 숙식하면서 일하고도 임금을 못 받았고 업주로부터 수시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주는 구속됐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가 노동인권유린을 당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황씨는 5세정도의 지적 장애를 지니고 있다. 황 씨는 "일을 빨리 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겨울에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지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황씨는 장애등급을 발급받아 적절한 치료와 지원 등의 복지 혜택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적 장애인들이 가족이나 이웃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황 씨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일자리를 찾아 가출했지만 업주로부터도 신체적·정신적 학대에 시달여야만 했다.

우리 사회의 허술한 인권의식과 장애인 복지 시스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2016년 7월 충북의 한 축사에서 지적 장애인이 임금을 받지 못한채 19년째 강제 노역과 폭행에 시달렸던 일명 만득이 사건이 터졌고, 지난 3월엔 충남에서 현대판 노예 3명이 잇따라 발견돼 충격을 준바 있다. 이들은 최소한 10년 넘게 아픈 몸으로 노동력을 착취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 염전 등 농어촌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도심 식당에서도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억압과 폭행에 시달리고 숙식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이런 몰지각한 행태는 없어지지 않는다. 부실한 인권 감수성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 장애인 취업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및 관리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장애인의 궁박한 처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차원의 배려와 감시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무등록 장애인을 발굴, 제도권에 편입해서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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