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전지희 청주시 자원관리과


어느덧 공직에 들어온 지 석 달, 차갑던 공기가 따스하게 바뀌었다. 지난 2월 1일, 첫 근무지인 환경관리본부 자원관리과로 발령을 받고 얼떨떨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던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쓰레기를 버릴 줄만 알았던 내가 폐기물처리 시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됐을 때는 무척이나 막막했다. 면접 때 말했던 것처럼 맡겨만 주시면 다 해낼 수 있을 거란 패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만 했다. 하지만 어리숙한 새내기 공무원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시는 선배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아직은 서툴지만, 열심히 적응하며 업무를 해내고 있다.

얼마 전, 만개한 무심천 벚꽃을 보러 다녀왔다. 거리에 벚꽃이 흩날리고 사람들의 웃음이 퍼지고, 생각만 해도 설레는 봄이었다. 그런데 여느 때의 벚꽃 구경과 무언가 달랐다. 공직생활을 하기 전이었다면 예쁜 꽃을 구경하고 사진 찍기에 바빴겠지만,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서인지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 가는 길, 왜 사람들이 평소와는 달리 저렇게 벚꽃 구경만 오면 쓰레기를 버리는 건지, 매년 반복되는 '벚꽃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우리 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공무원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문득 내가 공직 생활을 하긴 하는구나 싶었다.

발령 전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를 본 적 있다. 마침 그 영화에는 구청 공무원들의 모습이 등장해 좀 더 유심히 봤는데, 안타깝게도 공무원은 오후 6시 전까지 번호표를 받아 서류 접수하고, 결재라인에 도장 받으면 끝인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표본으로 그려져 있었다. 비단 이 영화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 '공무원'하면 고리타분한 원칙주의자, 보수 끝판왕으로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 구청 직원들이 운동을 위한 캠페인 스티커를 계단에 붙여야 하는데 반대로 붙여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고 잘못 표현하게 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생각 없이 형식적으로 일하는 일부 공무원들을 꼬집는 것 같기도 했다.

3개월 남짓이지만 공직생활을 하며 내가 느낀 공무원들의 모습과 역할은 보편적인 생각과는 달랐다. 누구보다 깨어 있는 눈으로 세상을 살펴야 한다. 기존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고쳐나가고, 또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하는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공무원들이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 일이다. 시민들이 민원을 넣어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또 세상이 다 바뀌고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문제의식을 갖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의 역할인 것이다.

아직 새내기 공무원이지만, '공무원'하면 떠올리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 역시 나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지금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더 나은 청주시를 위해 깨어 있는 눈으로 업무에 임한다면 언젠가는 영화에 나오는 공무원의 모습으로 '무사안일'이 아닌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이 당연하게 여겨질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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