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유승병 대전광역시 인재개발원장


정조대왕, 실학자, 수원 화성, 18년의 유배, 초당, 천주교 박해, 500여권의 저서… 이 정도에 이르면 누구를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거기에 '목민심서'를 더하면 정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누구나 다산 정약용을 떠올릴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에게 목민심서는 수백 수천을 듣고 들어 누구에게나 사표처럼 가슴 깊이 각인되어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序文)'에서 "목민(牧民)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心書)라고 썼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18년이라는 기나긴 유배생활로 인해 실제 목민을 하고 싶어도 행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 있다. 생각해보면 다산의 애끓는 고백과는 달리 마음을 다 바쳐 행동으로 시민행복과 대전발전이라는 대명제의 실천에 앞장설 수 있는 오늘날의 공직자들은 비로소 '목민심서(心書)'가 아닌 '목민행서(行書)'의 축복받은 주인공들이 아닐 수 없다.

올 1월에 인재개발원장으로 발령 받은 후 자주 떠올려 보는 책 중 하나가 목민심서이다. 그 중에서도 책을 짓게 된 동기를 밝힌 '서문'을 생각해보곤 한다. 나날이 변화하는 인재개발원의 산책길을 종종 거닐며 목민심서와 목민행서에 대한 단상을 통해 인재개발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이어야 하는지를 몇 가지 정리해본다.

첫째, 인재개발원은 시민이 주인 됨을 깨닫는 전당이어야 한다. 둘째, 대전의 참 가치를 발견하게 하고,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재충전의 계기를 통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각오를 다지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재개발원에서는 몇 가지 변화를 가미했다. 매월 교육훈련과정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설계·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연인원 7000여 공직자가 100여 개의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에는 만족도 조사를 거쳐 사후평가와 피드백에도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은 가히 인재의 보고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뛰어난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에 우리 인재개발원이 앞장서서 대전에 소재한 대학, 연수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사풀을 활용하여 젊고 역동적인 신진인사들을 널리 발굴하여 초빙하고 있다. 예로부터 뛰어난 인재를 가르치는 것은 군자삼락(君子三樂) 중의 하나라고 했다. 공직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필자가 인재개발원장으로서 느끼는 크나큰 행복과 보람이 아닐 수 없다.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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