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이정훈 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 선임연구원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1%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의 시대가 펼쳐진 배경에는 물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뛰어난 기능과 다양한 앱을 기반으로 한 편리한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의 근간에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인터넷의 사용이 가능하고 통화 및 메시지를 가능하게 만든 이동통신 핵심기술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동통신은 2G(세대), 3G, 그리고 4G로 눈부시게 발전을 해왔고, 이제 4G를 지나 5G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국제이동통신표준화 기구 3GPP 총회를 통해 5G NR(New Radio) NSA라는 데이터 전송표준규격이 완성돼 선언됐다. ETRI를 비롯해, 삼성, LG 등 다수의 우리나라 연구기관 및 기업을 포함해 세계 여러 연구기관 및 기업이 총회에 참여했다. 이 규격은 5G와 4G방식을 융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올해 6월까지 또 다른 5G NR SA(Stand Alone) 표준 규격을 완성시킬 예정이다.

세계적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는 세계보다 한 발짝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개최된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망을 올림픽 경기지역에 구축해 ICT 강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이렇게 이동통신 기술의 고도화를 하기 위해선 물론 필자가 몸담고 있는 ETRI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통신과 ETRI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ETRI를 소개할 때 항상 대표 우수성과로 따라붙는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를 비롯해 이동통신 분야에서 항상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왔다. 이로써 ETRI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요한 한 축을 굳건히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하면서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이동통신 연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 물론, 필자가 속한 이동통신 분야만이 아닌 전 연구 분야가 이윤추구의 목적인 기업을 상대로 시장경쟁력을 가지긴 쉽지 않다. 연구원들이 지향하는 성과와 기업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업경험도 있다. 일례로 스마트폰 제조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핵심부품인 모뎀 칩 개발에만 투입되는 인력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한다. 연구인력의 부문만 놓고 보아도 정부출연연구원과 기업 간 비교는 되지 않는 셈이다. 연구비도 마찬가지다.

이제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개발 미션이나 목표가 바뀌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더 이상 기업과 경쟁하는 방식이 아닌 국책연구원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핵심원천기술 개발과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 등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이윤이 나지 않아 쉽사리 집중하기 어려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나 안전, 편의성, 공공분야 등은 정부 R&D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단 연구원이 역량을 집중해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선 연구원의 뼈를 깎는 노력과 고통도 필요하겠지만 정부의 올바르고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정책도 요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지지와 성원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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