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은유 하나에 생각이 뒤집힌다. 은유(隱喩) 그러니까 메타포 (metaphor)라고 하면 흔히 시적 (詩的) 장치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은유는 우리의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우리의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규정한다. 심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스티브 라테는 3월31일 미국 매체 쿼츠 기고에서 일상에서의 은유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설명했다. 라테는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를 인용하며 '은유는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 시키고 프레임을 형성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를 보여주는 몇가지 실험들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캘리포니아대학이 2014년 실험을 했는데 일부 참가들에겐 암을 '전쟁'에 비유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다른 참가들에겐 암의 개념과 객관적 증상을 들려줬다. 그런데 전쟁 비유를 들은 참가자들은 금연, 금주 등 예방캠페인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은 예방에 대한 의지가 높았다. 심리학 교수 슈바르츠 N은 사회과학 학술지 세이지 저널에서 "전쟁은 개인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꿀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암을 전쟁에 비유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암을 통제할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로 생각한다. 공중보건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실험은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를 마셨을 때 차이로 예일대학은 참가들에게 커피를 마시고 가상의 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도록 한 뒤 그 인물의 이미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따뜻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그 인물에 대해 차가운 커피를 마신 사람보다 더 마음이 따뜻하고 안정된 인물로 묘사했다. 연구진은 어떤 인물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데 커피의 온도라는 물리적 은유가 은연중에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몸에서 느끼는 온도와 머릿속 인물에 대한 생각이 뒤섞여 '따뜻한 사람' 혹은 '차가운 사람'이라는 판단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일상에서 은유를 사용할때, 혹은 은유를 받아들일 때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은유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우리 사고를 기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라테는 "은유는 일상의 언어나 생각, 당신이 들고 있는 커피 한잔에도 숨어 있다"며 "우리의 뇌는 매순간 이 은유를 사용해 사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은유가 우리 뇌와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항상 염두를 해야한다. 올바른 은유의 사용을 위해선 마치 시인들처럼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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