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지난 14일 레일라니 파르하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열흘간 한국에 머물며 우리나라의 주거문제와 관련한 법제도, 개발과정에서의 강제퇴거, 주거의 금융화, 주거취약계층 실태 등을 조사하게 된다. 특히 서울의 쪽방 밀집지역인 서울역 인근 지역과 임차권 분쟁을 겪는 종로구 궁중족발을 방문하고, 부산에선 부산외대 인근 대연우암공동체와 이주노동자 집단 거주지 등을 직접 방문해 취약계층 주거 실태를 살핀 후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한국 방문 결과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생존권의 기본이 되는 주거에 관한 권리는 2015년 ‘주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주거에 관한 권리가 법적 개념으로 명시됐다. 주거기본법 제17조, 동법 시행령 제12조에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주택은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된 부엌, 화장실, 목욕시설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1인 가구의 경우 총면적 14㎡ 이상, 2인 부부의 경우 26㎡ 이상, 부부와 1인 자녀의 경우 방2개와 36㎡ 이상 등 가구 구성별로 최저주거면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최저주거면적 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주거 빈곤으로 간주한다.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미만 아동인구의 9.7%인 94만 4104명이 최저주거면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하, 옥탑, 비닐하우스, 고시원, 쪽방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거 빈곤 아동으로 조사됐다. 대전은 아동인구의 7.0%인 22,557명의 아동이 주거 빈곤을 겪고 있었으며, 이는 울산 5.4%, 광주 5.6%, 대구 6.4%보다 높게 나타났다. 2017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 주거 빈곤 연구조사를 보면, 주거 빈곤 아동의 경우 신체적 건강 특성으로는 저체중, 작은 신장, 높은 비만도를 나타냈고, 하루세끼 섭취비율이 낮았다. 신선한 야채나 과일·생선이나 육류 섭취에 있어서도 일반아동들에 비해 현저한 결핍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인지발달에 있어서도 낮은 학업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수학과 영어 등 사교육 비중이 높은 과목에서 일반아동들과 성적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심리사회적 측면에서는 우울·불안·공격성 등 문제행동 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친구를 초대할 수 없다’(66.9%), ‘공부할 공간이 없다’(55.9%), ‘생일에 참여할 수 없다’(51.7%), ‘세끼 식사가 걱정이다’(51.7%)로 스스로 갖는 피해의식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주택의 안전성에 대한 물음에 일반가정 아동은 10%가, 주거 빈곤 아동은 35%가 불안감을 느껴 주택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화재, 외부침입 등의 안전으로부터 3배 이상 위협을 느끼고 있다.

아동의 주거 빈곤 문제는 단기간 동안의 불편함이나 질환의 문제가 아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아동 주거 빈곤 해결은 많은 비용이 투입되겠지만, 열악한 환경을 지속해 나타나는 아동들의 건강에 있어서 사회적 불평등을 영속화시키고, 아동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향후 보건 서비스에서 지속적으로 자원이 투여되는 비용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은 아동들의 소박한 소망을 이룰 수 있게 아동주거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동 주거 빈곤 가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공공임대주택과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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