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6. 끝나지 않은 겨울 - 3편
가족中 유일한 비장애 첫째…기대 한몸에 다받으며 성장
다름을 느끼며 방황도 시작…“상처·두려움 가장 큰 걱정”

인규(11·가명)의 형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형은 가족 중 유일하게 지적장애가 없이 태어났다. 인규네 식구는 장남인 형을 제외한 모두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엄마 민경(41·가명)씨와 막내 인규는 지적장애 2급이며, 아빠 명진(51·가명) 씨 역시 지정장애 바로 직전 단계인 경계선 지적지능 상태라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다. 정상적 사고를 갖고도 살아가기 버거운 팍팍한 현실 속에 인규네는 하루 하루 황망한 우주 한 가운데 길을 잃어버린 심정이다.

그러한 와중에 정상인 형은 찬란한 희망이자 한 줄기 빛이었다. 엄마의 지적장애라는 높은 유전확률을 피해 형은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태어났고, 심지어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우등생으로 불렸다. 똘똘한 학교생활로 상도 많이 받자 가족들이 장남에게 거는 기대감은 높아져 갔다. 인규도 그런 형을 많이 의지하고 든든히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3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낯선 환경, 새로운 친구들에 적응한다는 것은 평범한 가정의 14살 아이도 힘든 일. 거기다 사춘기까지 접어들며 형은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가정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 다름의 차이를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엄마는 아들의 학교생활을 공감하지 못했으며 여기에서 유발되는 갈등은 아이를 겉돌게 했다.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엄마 민경 씨의 상태로는 아이의 제대로 된 보육이 불가능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갖는 자아성립에 바탕이 되는 부모의 온전한 사랑과 보살핌이 부족한 이상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이의 외할머니의 속은 갑갑할 따름이다. 사춘기 아이가 느낄 외로움과 앞으로 더 거세질 반항심은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외조모는 "가족 중에 혼자만 정상이라는 부분을 점점 더 깨닫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받을 상처와 두려움이 무엇보다 걱정된다"며 "담임선생님의 집중관리가 이뤄졌던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개인적으로 해내야 할 부분이 많아 그 부분에서 아이가 적응을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25일자 1면에 마지막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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