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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5월 18일 금요일 제23면     승인시간 : 2018년 05월 17일 19시 11분
[에세이]
류지봉 충북NGO센터장


지난 주 지역 활동가들이 소풍을 다녀왔다. 계속된 뿌옇고 가슴 답답하던 날씨도 이날 만큼은 맑고 상쾌했고 따뜻했다. 단체 대표님이 사시는 진천공예마을 주변은 새로 돋아난 어린잎들로 덮여 있었다. 주차를 하고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들이 트랙터에 연결된 꼬마기차에 앉아서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재잘재잘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도 소풍을 왔지만 아이들은 정말로 신나고, 즐거워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어른들은 먹고사는 일에 바쁘던 그때, 변변한 가족여행 한번 가 본적 없었던 시절의 학교소풍은 손꼽아 기다리던 이벤트였다. 소풍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평소에는 잘 먹지 못했던 과자도 사고, 미군부대 근처에 살았던 덕택에 미제 초콜릿도 하나 가방에 담을 수 있었다. 소풍의 먹거리 중 가장 중요한 건 누구나 그렇듯 김밥이다. 어머니는 여느 집과는 다른 김밥 싸는 방법이 있었다. 혹시나 밥이 쉴까봐 밥과 당근을 같이 볶아 밥을 따로 준비하셨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좋아 점심시간에 인기가 좋았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이불속에서 받아먹던 김밥 꽁지의 맛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소풍 장소는 학교 근처 산이었다. 육백명 정도 되는 초등학생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한해는 근처 앞산으로 한해는 뒷산으로 해를 걸러 반복해서 가는 식이었다. 소풍 목적지는 같은 동네 있던 중학교 시절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소풍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한 해는 선생님 말씀을 잘못 이해해 화판을 가지고 소풍 간 적이 있었다. 소풍을 다녀와 소풍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말씀을 소풍 가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으로 이해해 화판에 크레용을 담아 소풍을 가게 됐다. 전교생중에 나만 화판을 들고 있었다. 남들 눈에 띄는 걸 싫어했던 성격이라 화판을 버리고 싶었지만 집에 돌아온 후 혼날 생각에 그러지도 못했다.

보물찾기는 소풍에서만 할 수 있던 놀이다. 숨겨진 도장 찍힌 종이를 찾는 이 단순한 놀이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공책, 크레용 같은 보상이 따랐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도 스스로 보물을 찾아 본적이 없다. 보물찾기 말고도 넓게 둘러 앉아 수건돌리기를 하거나 전체 장기자랑에 나갈 반 대표를 뽑는 시간도 있었다. 같은 반 학생끼리의 시간이 끝나면 학년 전체가 모여 장기자랑 시간이 이어졌다. 뱀장수 흉내를 내는 친구의 인기가 가장 좋았다. 많은 학생들 앞에서 뽐낼 수 있는 장기를 가졌던 친구들이 부러웠다.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갈 배포도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소풍을 갔지만 설레임은 점점 줄어 들었다. 소풍은 기분을 돌리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는 일이다. 산책도, 여행도 소풍이라 할 수 있겠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는 게 아니라 설레임으로 출발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다시 가보려고 한다. 소풍같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 두근두근 소풍 갈 곳을 검색하고, 틀어진 계획에도 당황하지 않고, 숨겨진 나만의 보물을 찾는 소풍같은 삶을 살고 싶다. 이번 주 소풍은 몽산포가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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