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심 청주 상당보건소장

얼마 전 병원에 가서 시어머니께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해드렸다. 3년 전에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으셨는데 몸이 조금 만 아파도 그때의 고통이 떠올라 불안하시단다. 예방접종을 맞았으면 하신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다 예방접종이 늦어져 죄송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 주로 발병하는데 매개 병원균은 수두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수두는 얼굴이나 몸통에 피부 발진이 생기면서 물집이 잡히고 딱지가 생긴 후 작은 흉터를 남기기도 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수두를 앓은 사람은 대상포진 위험군이라 할 수 있다.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에 의해 활동이 억제되어 몸 속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가 당뇨, 고혈압, 암, 항암치료, 후천성면역결핍증 등과 같이 어떤 질환을 앓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신경세포를 파괴시킨다. 그 결과로 피부에 발진과 물집을 만들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수두 바이러스와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동일해 소아에서는 수두를, 성인에서는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그 명칭도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불린다.

최근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암이나 당뇨, 고혈압 등 면역체계를 떨어뜨리는 만성병 환자의 증가로 대상포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증가세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41만명을 조금 넘던 환자수가 2012년 57만명, 2015년 66만명, 2016년 69만명을 크게 웃돌아 8년간 68%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노년층의 경계1호 질병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무서운 병이 아니다. 통증도 조기에 치료하면 나을 수 있으며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치료시기를 놓쳤을 때다. 시력과 청력을 잃을 수도 있고 안면장애, 배뇨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특히 통증의 왕으로 불리는 대상포진 신경통으로 진행되면 사정은 더 복잡해진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할 만큼 최악의 통증을 호소하게 되는데 피부 발진이 나타난지 3일(72시간) 안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3일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써서 활동을 시작한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치료를 제대로 못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했다면 항경련제, 마약성 진통제의 복용, 국소 마취제나 신경차단술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을까. 대략 5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째, 물집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기 기운과 함께 일정한 부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질 경우. 둘째, 작은 물집이 몸의 한쪽에 모여 전체적으로 띠 모양을 나타나는 경우. 셋째, 물집을 중심으로 타는 듯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넷째, 어렸을 때 수두를 앓았거나 과거 대상포진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데 증상이 있는 경우. 다섯 째, 평소 허약하거나 노인인 경우, 혹은 암 등의 질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시기에 증상이 있는 경우 등이다.

85세 이상 노인에게 걸릴 확률이 50%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른 대상포진, 노인이 조심해야 할 질병 목록에 대상포진이 추가돼야 할 이유이다. 그러나 모든 질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