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캄포 산토·슈나이저를 읽다

[신간] 사랑하는 개·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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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캄포 산토·슈나이저를 읽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사랑하는 개 = 박솔뫼 소설집.

2009년 장편소설 '을'로 자음과모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구어체에 가까우며 사실과 상상이 뒤섞여 길게 이어지는 문체가 특징이다. 처음 만나는 독자는 다소 낯설다는 반응이지만, 여러 작품이 쌓이며 작가 특유의 문체가 지닌 매력에 빠져든다는 독자가 많다.

이번 소설집에 담긴 네 편의 단편 역시 작가의 개성이 잘 살아있다. 어느 여행지에서 예전에 한 번 간 식당을 다시 찾아가며 헤매는 여정을 그린 '고기 먹으러 가는 길',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예전에 "개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바람에 진짜 개와 몸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랑하는 개' 등 독특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다.

"전위적"이라고 할 정도로 현실과 환상의 이야기가 섞여 일반적인 소설의 서사처럼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현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을 담은 문장들이 공감을 일으킨다.

이 책을 낸 1인 출판사 '스위밍꿀'은 지난 4월 한 달간 독자들의 후원을 모금하는 인터넷 펀딩 텀블벅을 진행해 목표액의 200% 가까이 달성했다. 출판사는 작가가 독자들과 함께 소설을 나눠 낭독하는 이색 낭독회를 내달 8일 저녁 열 계획이다.

152쪽. 1만원.

▲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 5·18기념재단 이사장, 조선대 초빙교수 등을 지내며 광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원로 김준태 시인의 새 시집.

시인이 그동안 천착한 평화통일·광주·역사 등 주제를 다뤘다. 특히 제주 4·3, 베트남전쟁, 세월호 참사 등 국가 폭력이 자행된 사건들의 원혼을 달래려 애쓴다.

표제작인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는 짧고 소박한 언어로 독자를 미소짓게 하는 시다. 최근 성사된 남북정삼회담으로 평화의 시대를 더욱 염원하게 된 독자들의 마음에 공명을 일으킨다.

"한 놈을 업어주니 또 한 놈이/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그래, 에라 모르겠다!/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도서출판b. 134쪽. 1만원.

▲ 순수 = 미국의 인기 작가 조너선 프랜즌 장편소설.

2015년 발표한 작품으로,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위에 뽑혔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은 소설로 회자됐다.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주인공인 지적인 젊은 여성 '핍 타일러'를 중심으로 핍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인물들이 각 장마다 등장해 독립적인 이야기를 펼치는 구조다. 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 1960년대 뉴욕 등지를 오가는 이야기들은 퍼즐처럼 이어져 하나의 살인 사건을 드러낸다.

공보경 옮김. 은행나무. 828쪽. 1만8천500원.


▲ 캄포 산토 = 20세기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W.G. 제발트(1944∼2001) 유고집.

문학-에세이-학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발트식 글쓰기 정수를 보여주는 저작으로 꼽히는 책이다. 독일에서 출간된 지 15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돼 소개된다.

장편으로 기획했으나 때 이른 죽음으로 완성하지 못한, 코르시카 배경 산문 픽션 4편과 1975년부터 2001년까지 쓴 에세이 14편을 묶은 선집이다.

이경진 옮김. 문학동네. 320쪽. 1만4천원.


▲ 슈나이저를 읽다 = 2015년 계간 '시와소금'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은호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시인은 활달하고 낯선 상상력으로 일상의 상징체계를 완곡히 거부하며 새로운 풍경을 제시한다.

"당신은 더 멀리 가고/나는 염소 울음에 반주를 맞춰준다/어미 잃은 새끼처럼 서러워지는 노래//누가 저 소심한 울음을/밤하늘 염소자리에 고삐 매어 빛나게 할까" ('염소 울음 독해법' 중)

문학의전당. 128쪽. 9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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