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말=정윤호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국제암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크게 높아 발병되면 매우 치명적이다. 그러나 진행성 대장암 혹은 말기 대장암이 진단된 환자 중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는 경우가 종종 발견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장암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 대장암 역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조기 대장암은 암세포가 림프절 전이 여부와 관계없이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돼 침범한 경우를 말한다.

◆배변 습관, 대변 모양 잘 살펴야

대장암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대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대변보는 횟수가 변하는 등 배변습관에 변화가 생긴 경우 △설사, 변비 증상이 지속되거나 배변 후 변이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 경우 △혈변(선홍색 또는 검붉은 변)을 본 경우 △갑자기 대변이 가늘어진 경우 △지속적인 복통 및 복부 불편감, 전신 무력감 및 쇄약을 보이는 경우 △이유가 불확실한 체중감소와 빈혈이 생긴 경우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복부 종물의 경우에는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의 초기단계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암이 진행됨에 따라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현 후 검사를 진행하면 진행성 대장암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 내시경으로 확인된 조기대장암.
◆조기 대장암 진단은 내시경이 효과적

대장암 진단 검사방법에는 분변잠혈검사, 대장내시경, 대장바륨조영술, CT대장조영술 등이 있다. 분변잠혈반응검사는 대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양의 피가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암 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50세 이후에는 1년에 1회 받을 수 있다. 대장암 조기 진단에 도움은 되지만 대장 염증성 질환이나 항문 질환에서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고 대장암일지라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는 등 정확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대장바륨조영술은 진행성 대장암 진단에 비교적 유용하다. 하지만 조기 대장암 진단율이 현저히 낮다. CT대장조영술은 장정결 후 CT촬영을 통해 대장을 자세히 관찰하는 검사법으로 내시경보다 덜 힘들 수 있지만 용종 발견율이 대장내시경에 비해 낮고 용종이 발견됐어도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 절제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 전체와 소장의 일부를 관찰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용종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검사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장 청소를 위한 장정결제 복용의 부담과 내시경 시행 시 통증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이유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종은 전암성 병변

대장 용종은 대장암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용종은 대장 점막 위에 돌출된 병변으로서 선종성 용종, 톱니모양 용종, 과형성 용종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선종성 용종과 톱니모양 용종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암성 용종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선종성 용종은 대장 용종의 60~70%를 차지하며 저위도 및 고위도 이형성증 단계를 거쳐 악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2017년 대한대장항문학회 보고에 따르면 3년 동안 대장내시경 검사 수검자 14만 9363명을 대상으로 대장질환 실태를 분석한 결과, 대장 용종이 발견된 비율이 35.9%로 매우 높게 나왔다. 다른 연구에서는 대장암의 60~90%가 용종 제거로 예방이 가능하고 대장내시경으로 선종(선종성 용종)이 발견된 경우 방치했을 때보다 제거했을 때 20년 뒤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혀져 대장 선종 제거의 중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모든 대장 선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선종에서 암으로 진행하는 평균기간은 7~10년 정도로 비교적 천천히 진행된다. 그러나 고위도 이형성증, 1cm 이상의 크기, 융모상 선종의 경우 진행성 선종으로 분류되고 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선종은 크기가 클수록 암으로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암 발생률이 높아지므로 용종이 발견되면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해야 한다.

▲ 내시경점막하박리술로 조기대장암 제거.
◆조기 대장암, 수술 대신 내시경으로 제거

내시경 기기의 기술적인 발전과 의사들의 술기 향상으로 조기에 발견된 대장암과 크기가 큰 선종도 수술적 치료 없이 내시경적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불과 7~8년 전 수술로 치료하던 조기 대장암이 내시경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대장 종양의 내시경절제술 기법은 크게 올가미절제술과 점막하박리술로 구분된다. 올가미절제술은 종양 아래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 후 올가미를 이용해 병변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점막하박리술은 내시경 절제칼(특수 나이프)을 사용해 점막 절제와 점막하 박리를 시행하면서 병변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크기가 작은 용종은 저온 올가미 용종절제술 및 점막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크기가 큰 종양성 병변은 하이브리드 점막하박리술, 점막하박리술, 포켓 생성 점막하박리술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시술법으로 크기에 관계없이 전암성 병변 혹은 조기 대장암을 제거해 완치 시키고 있다. 하지만 점막하층을 침윤한 조기 대장암은 10% 내외에서 림프절 전이를 보이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림프절 박리 등을 포함한 외과적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변비가 심하면 대장암 위험이 높아질까?

발암물질이 대변 내에 있으면서 변비로 인해 대장에 오래 머물게 되면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되거나 악화된 변비가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운동 부족이나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변비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대장암의 원인과 유사하다. 또 배변이 어렵고 복부 불편감이 동반되며 힘을 줄 경우에 치질 등이 발생해 혈변이 동반되는 증상은 대장암의 초기 증상과 매우 유사하므로 변비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해봐야 한다. 변비가 악화된다고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진 않지만 대장암이 악화될 경우 암에 의해 대변이 나오는 통로가 막히게 되어 변비증상이 악화되고 대변이 가늘게 나올 수 있다.

▲ 절제된 조기대장암 조직.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 정기 내시경검사 필수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체중 유지, 금연, 저섬유식, 저지방식, 금주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이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대장내시경을 통한 조기 검진과 정기적인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된 선종이나 대장암의 경우 크기가 큰 병변도 내시경으로 제거와 완치가 가능하고 상처와 흉터가 없으며 통증도 거의 없다. 그러나 진행성 대장암일 경우에는 전신 마취 하에 개복수술을 해야 하고 항암치료도 받는 경우가 많다. 전이가 되면 수술조차 어려워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많은 불편과 위험이 따른다. 정윤호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내시경을 받지 않은 50세 이상과 고위험군(대장암 가족력 또는 유전적 소인)인 40세 이상은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해 검사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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