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대전이응노미술관장

세간에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으나, 소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누구를 새로운 시장으로 뽑아야 하는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 각 후보자들은 후보등록을 마치고 주요 공약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선거운동이 궤도에 진입한 것과 동시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 캠프를 들락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위 ‘파리 떼’라고 불리는 정치인 주변의 잡상인들은 주로 사이비 정치인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교수와 예술인들까지 대거 선거캠프를 기웃거린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언론을 통해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메가톤급 뉴스로 전 국민이 피곤하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특성이 국가차원의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경제발전에 기여했을지 모르나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은 피로로 누적돼 있다.

이번 민선 7기 대전시장은 다이내믹하기 보다는 예측 가능하며 계획적인 정책으로 차근차근히 발전을 이뤄내는 대전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조용한 일상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에 실행되고 있는 정책을 검토해 디테일을 보강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이와 함께 새로이 대전을 이끌어갈 시장은 정서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는 환경과 문화예술이 시민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단체장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대대적으로 하드웨어만 확장하는 전시행정을 남발했다.

이로 인해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자연 재생이 시급하다. 한 예로 멀리서 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근사한 갑천이지만 하류로 내려갈수록 악취가 심하게 올라온다. 물속 하단에 쌓인 쓰레기가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정책과 재원을 마련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맑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갑천으로 되돌려 놓는 것도 민선 7기 시장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이다.

예술의 모태는 자연이다. 모네의 수련, 고호의 해바라기 등 예로부터 명화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다. 자연은 예술과 문학의 근원이자 모든 자원의 원천이다. 대전에는 겉으로는 말짱해 보이나 속이 썩어가고 있는 곳이 많다. 산과 하천, 그리고 건물을 비롯한 도시의 미적 경관에 품격을 더해야 한다. 도시의 공간 구조와 주변 환경은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

특히 대전은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로 도시와 지연풍경을 아우르는 스카이라인이 파괴됐다. 아울러 건축물의 완성은 조경인데 조경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환경 부분을 세심하게 다시 챙겨주길 바란다.

거창하고 새로운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전시행정을 시행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계획은 실천이나 성과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실천을 위해 기존 정책의 내용을 검토·보완하고, 내용에 맞는 액션플랜을 다듬으며 소신껏 일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차기 시장이 선거과정에서의 보은을 위해 혹은 차기 재선을 노리고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기관에 비전공 인사를 채용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정부차원에서 채용비리를 엄중히 다루는 상황이라 더욱더 신중하게 적재적소에 최고의 전문가를 기용하리라 믿는다. 그런데도 캠프 주변에 들끓는 잡상인들에 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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