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사과가 있는 풍경·김삿갓

[신간] 울프 노트·욕망의 발견

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사과가 있는 풍경·김삿갓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울프 노트 =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으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정한아 시인의 새 시집.

이번 시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은 '론 울프'(lone wolf), 직역하면 '외로운 늑대'라는 뜻의 어떤 존재이다. 세계와 태생적으로 불화하는 이 존재가 죽기 전 남긴 노트는 세간의 루머를 타고 전해지며, 거짓과 추문으로 몰리기도 한다. 시인은 부적응과 자기 폐쇄로 사회와 동떨어진 듯 보이는 울프 씨와 그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전형적인 위선을 대비시키며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단독) '울프 노트'의 잃어버린 페이지'라는 제목으로 쓰인 기사체의 시는 특히 신랄하다.

"지난해 경칩에 쏟아진 때아닌 폭설에 노상에서 동사한 것으로 알려진 론 울프 씨(Lonn Wolff, 나이 미상)가 생전에 수기와 편지 형식으로 기록해놓은 비망록 초고가 지난 12월 23일 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화장실에서 비품 창고를 뒤지던 한 노숙인에게 발견되어 화제다.//(중략)//한편, 경찰은 작년 3월부터 한 달간 마지막 목격 장소인 명동에서 탐문 수사를 펼쳤지만 "눈사람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제설 차량 운전자 구루마 씨(具褸馬, 47)의 진술 이외에는 아무 단서도 확보하지 못한 채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를 일단락했다. 울프 씨의 지인들은 "태만한 공권력이 실종 사건을 사망 사건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수사 조기 종결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수사 재개를 요구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과지성사. 185쪽. 8천원.


▲ 욕망의 발견- 소설이 그림을 만났을 때 = 1910년대에서 1930년까지 신연활자로 출간된 고소설 표지 그림을 일컫는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에 관해 연구한 책. 고전독작가 간호윤 씨가 전작 '한국 고소설특강-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2013)에 이어 연작 형태로 쓴 저서다.

저자는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에 화가와 독자의 내밀한 긴장, 고소설과 속화라는 두 장르의 상호교섭, 상업적 맥락, 전방위적인 당대 문화 흡수, 문학사와 회화적 함의가 다의적이고 중층적으로 얽혀있다고 말한다. 또 여기에 담긴 당대 '욕망의 지형도'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소설의 5단 구성과 접목해 분석하고 현대 독자들을 위해 쉽게 풀어 설명한다.

소명출판. 256쪽. 2만5천원.


▲ 되찾은 시대- 중세 프랑스 문학 입문 = 프랑스 중세 문학 대가 미셸 쟁크의 저서. 문학동네의 학술서 시리즈 '엑스쿨투라' 아홉 번째 책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저자는 문학이 중세를 새롭게 꿰뚫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그간 잊힌 여러 인물을 조명함으로써 그 통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들을 토대로 중세 문학의 생성 배경을 찾고, 가장 오래된 세 가지 문학 장르(무훈시, 서정시, 소설)가 생겨난 12세기 문학의 독창성과 풍요로움을 소개한 뒤 이런 성공이 13세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핀다.

김지현 옮김. 256쪽. 1만6천원.

▲ 사과가 있는 풍경 = 러시아의 고려인 작가 박미하일의 소설.

2001년 러시아 카타예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그의 소설 속에 가득 찬 사랑, 여성, 백일몽, 그리고 방랑의 언어들. 그의 수사학은 밤이 또 다른 태양이 되고 사과가 시간과 천상을 이야기하는 역설과 상징이다"라고 해설했다.

전성희 옮김. 도서출판 상상. 183쪽. 1만3천800원.

▲ 김삿갓 =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방랑시인 김병연의 일생을 그린 전기소설. 기자 출신 원로작가 황원갑의 신작이다.

작가는 김삿갓의 일생을 꼼꼼한 고증으로 되짚어 소개하는 한편, 그의 방랑 여정을 따라가며 각지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 이야기도 흥미롭게 그려낸다. 김삿갓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지적해 역사 기록을 토대로 바로잡기도 한다. 또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김삿갓이 동시대를 산 고산자 김정호, 동리 신재효와 의형제를 맺고 깊은 우정을 나눴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펼치기도 한다.

바움. 352쪽. 1만5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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