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사람을 처음 만나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할인 매장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 구입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시간을 두고 이모저모, 이것저것 살펴본 뒤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보다 많은 정보 습득을 통해 심사숙고가 가능하다는 데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좀 과장되지만 번개 불에 콩 튀겨 먹을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모든 것을 결정한다. 대부분 사안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른바 블링크 이론(The theory of Blink)이다.

‘블링크, blink’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다, 반짝임, 섬광, 흘긋 봄’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 판단(snap judgement)’을 의미하기도 있다.

블링크 이론은 미국 맬컴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이 ‘블링크;2005년’란 책에서 한 말이다. 글래드웰은 혼혈아로 머리가 곱슬머리다. 운전을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자주 과속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다. 다른 과속 운전자보다 유난히 자주 단속에 걸리자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유는 곱슬머리였다. 인종차별과 맞물려 경찰의 눈에 쉽고 빠르게 띄었던 것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2초 안에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블링크 이론을 내놓았다.

왜 2초 안에 가급적 모든 것을 결정하려하는가. 답은 편견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외모 편견이, 물건을 살 때는 뇌리에 각인된 광고나 명품 편견이 순간의 결정을 좌우한다. 면접에서 2~3초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면접관들은 이미 절반 이상을 판단한다. 외모와 옷차림, 인사 새가 중요한 판단의 잣대다. 그 뒤 이어지는 면접 내용은 이미 결정된 판단을 뒤집기가 정말 어렵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난다’고 했다. 빠른 판단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요즘 결정 장애자들이 늘고 있다. 새겨볼 일이다. 저지르지 않으면 수습할 기회도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