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배 대전 석교마을N사람사회적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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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왔다. 후보자들의 홍보현수막이 많은 건물에 부착돼 펄럭이고 주요 사거리에서 시민에게 인사하는 후보자들을 만나게 된다. 공약과 이행계획 등이 담긴 선거공약서나 공보가 배부되기 이전이기는 하지만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각종 현수막에 쓰인 문구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공허하기도 하다. '미래', '발전', '행복', '돈·경제', '민생'…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극도로 피폐해진 청년의 삶을 상징하는 N포세대, 청·장년들의 세계 최장노동시간, 노인층의 빈곤과 세계최고의 자살률.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의 삶의 단면들이다.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무엇으로부터, 누구의, 무엇을 위한 행복이고 발전일까? 재벌의 갑질 횡포와 금수저들의 탈법적 부의 되물림 관련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어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인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많은 정치인이 사용하는 말이다. 제7대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맞으며 '정치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많아지길 희망해 본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촛불 광장의 요구를 실현하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촛불광장의 시대정신을 밑거름으로, 대통령의 권한, 거대담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민의 디테일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촛불이 노동현장 앞에서 멈추고, 협치가 마을에서는 사라진다고 한다. 광장의 민주주의가 삶의 일상 터전에서 실현되어야 하고, 민관의 협치 역시 구체적 생활의 공간인 마을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짧은 선거기간에 디테일의 정치가 가능할까? 대전에서 진행된 누구나 정상회담을 통해 그 답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시민활동가가 기획자가 되어 온라인 대화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 곳곳의 시민들이 주민참여 지방정치 방안부터 청년, 여성, 교육, 환경에 이르기까지 174개의 대화모임을 등록하고 1360여명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대화모임을 통해 발굴된 의제를 시민공약으로 정리하여 5월 중순경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시민공약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 대화 플랫폼에 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생활 주변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며 시민참여 지방자치의 전형을 만들고 있다.

지방자치란 지역주민들이 일상생활에 관련되는 사무를 중앙정부에 의하지 않고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 하에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선출하여 처리하는 제도다. 촛불시민혁명 후 치러지는 금번 지방선거는 주민의 직접 참여와 자치라는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이 실현되는 선거가 돼야한다. 지금이라도 후보자들은 옷 색깔과 펼쳐진 손가락 개수만 다른 사거리 인사 중심의 선거운동에서 탈피해 지방자치의 주체인 시민의 요구와 정책 제안이 상시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선거운동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유권자 시민들은 시민의 직접 참여와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과 협업하고, 제도와 법률을 만들 수 있는 지방자치 협업자를 좋은 후보로 선택하고 지지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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