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강혁 대전 동구청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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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학진학 상담을 위해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간적이 있다. 갖가지 축적된 자료와 데이터를 가지고 열성적으로 설명하고 안내하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신뢰감을 주었다. 그런데 상담을 하는 내내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바로 열악한 교무실 환경 때문이었다. 칙칙해 보이는 실내 분위기에서부터 특히 요즘은 좀체 보기도 어려운 비좁은 철제 책상과 낡은 의자에, 제대로 정돈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인지 각종 자료와 책이 책상과 책장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뒤쪽 탁자에서는 다른 선생님들이 배달된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날 상담을 잘 마치고 돌아오면서 학교의 열악한 교무실 환경이 내내 마음에 걸렸고 지금도 안타까운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 사람들은 스승 찾아뵙기, 감사 편지 보내기 등 여러 모양으로 스승께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각박해져 가는 시대변화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스승의 날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고 있음을 본다. 학교에서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작은 감사의 선물은 고사하고 카네이션조차 달아드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란다. 법규에 의해 제한되고 사회적 감시가 도사리고 있어서일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더 이상 스승과 제자라는 고도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인연이 아니라 정형화된 규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규율되는 법적 관계로 변모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가하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들의 교권 실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에 의한 명예훼손, 학생의 폭언·폭행 등 교권침해 사례는 해마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2012~2016) 신고 된 교권침해 행위가 2만 3576건에 달했다고 한다. 또 직업으로서의 교사에 대한 일반의 선호도는 매우 높지만 정작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그렇지 않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교사의 직무만족도가 낮아진 주된 이유를 '학부모와 학생으로 부터 교사에 대한 권위 상실'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을 교직생활 중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인의 하나로 꼽고 있다.

이렇듯 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인식은 악화되고 교권은 갈수록 추락하는 가운데 스승의 날은 그저 형식적인 전시성 기념일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다. 교사 예우에 관한 제도적인 보완이나 실질적 개선은 없고 스승의 날이 오히려 교육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부담만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가히 폭발적이다. 모두가 질 좋은 교육을 바라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한다. 일선 학교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선생님들이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스승의 날은 진정으로 선생님들을 위한 축제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날만큼은 선생님들의 시각에서 교육현장의 실태를 꼼꼼하고 냉정히 살펴보고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열정을 다하는 선생님들의 근무여건과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그들의 상처받은 자존심과 사기를 북돋우고 교사로서의 권위를 세워주는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교육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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