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 反哺之孝 <반포지효>.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까마귀의 효성이라는 뜻.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가 길러 준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까치는 길조라고 해서 좋아하지만 까마귀는 흉조라고 여겨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면도 많다. 까마귀는 울음소리도 공연히 음침한 느낌을 주는 데다 시체를 먹는 습성까지 있어서 ‘까마귀밥이 되었다’고 하면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까마귀에게도 사람들이 꼭 본받아야 할 습성이 있다.

까마귀는 알에서 깨어나 부화한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하지만 새끼가 다 자라면 그때부터는 먹이 사냥이 힘에 부치는 어미를 위해서 자식이 힘을 다하여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중국 진나라 시절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까마귀의 습성을 비유한 일화가 있다. 진나라 왕이 덕망 있고 학식이 깊은 ‘이밀’이라는 선비에게 높은 벼슬을 내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밀은 관직을 맡을 수 없다고 공손하게 거절했다. 왕은 이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전하, 제게는 늙고 병든 할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나라의 일도 소중하지만 늙은 할머니를 제가 모셔야 합니다. 부디 까마귀가 어미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제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만이라도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

진나라의 왕은 부모불효사후회(父母不孝死後悔: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한다)로 이밀의 효심에 감동하여 그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자식이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국전서예초대작가·서실운영, 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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