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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칼럼]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2018년 4월 27일은 남북 분단사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합의를 이룬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남북 공동선언(성명)은 이미 세 차례 이루어졌지만, 형식이나 시기의 면에서 이번의 ‘판문점 선언’이 단연 도드라져 보인다.

1972년 7월 4일 남북한 당국이 국토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합의하고 발표한 역사적인 공동성명, 즉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하였다.

2000년에는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2000년 6월 13~15일까지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남북공동선언으로, 그해 6월 15일 발표되었다. 이 선언은 분단 55년 만의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언문이다.

2007년에는 10·4공동선언이 채택되었다. 10·4공동선언은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8개항 및 별항 2항으로 구성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다.

이러한 세 차례의 남북 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살 사건, 2010년의 천안함 피격(3월 26일) 및 연평도 포격(11월 23일) 등의 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로 남한 관광객이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며 같은 해 개성관광도 중단되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햇볕정책은 사실상 폐지되었다. 그 후 북한은 핵미사일의 개발과 ICBM과 중거리 미사일의 발사 등 남한과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 계속되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부터 문을 닫아놓고 있다.

4월 27일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남북공동선언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3개항(13개 과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관심이 집중된 완전한 비핵화(CVID)에 대해서는 판문점 선언의 세 번째 항에서 종전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이로써 비핵화에 관한 원칙적인 합의는 이루어졌고, 시기와 절차에 관한 사항의 협의만 남겨놓고 있으며, 6월 12일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쪽 정상들이 만들어낸, 예상을 뛰어넘는 놀랍고 획기적인 합의가 성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가 있다. 그것은 6·25전쟁과 그 이후에 있었던 각종 무력적·정치적 도발로 인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손실에 대해 책임 있는 당국의 진솔하고 용기 있는 사죄이다. 그간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여야 하며, 그런 다음에 그들로부터의 용서를 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화해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간의 화해는 어느 특정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용서와 화해의 결실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대립과 다툼을 뛰어넘어, 결실이 민족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하여 정치적인 고려 없이 오로지 민족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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