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아시안체어샷 인터뷰 "뽕끼 숨길 생각 없죠"
6월 전국투어 열고 11월 단독 콘서트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록밴드 아시안체어샷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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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록밴드 아시안체어샷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5.9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록밴드 아시안체어샷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5.9
▲ [아시안체어샷 제공]
▲ [아시안체어샷 제공]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록밴드 아시안체어샷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5.9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록밴드 아시안체어샷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5.9
"죽은 가슴에 불씨 되살릴 '아시안체어샷'이 옵니다"

록밴드 아시안체어샷 인터뷰 "뽕끼 숨길 생각 없죠"

6월 전국투어 열고 11월 단독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록 윌 네버 다이'(Rock will never die)라는 경구가 힘을 잃는 걸까. 록페스티벌이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꾼다는 소식이 음울하게 날아든다.

이 와중에 꺼져가는 록의 불씨를 되살릴 음반이 발매됐다. 아시안체어샷의 정규 2집 '이그나이트'(Ignite). 지난 9일 광화문에서 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아시안체어샷(손희남 36·황영원 이용진 35)은 데뷔 9년 차 밴드다.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노래상을 받았고, 그해 KBS '톱밴드' 시즌3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신중현이 라디오헤드의 소리로 블랙사바스와 연주하는 모습'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갓 우승했을 땐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방송 끝나고 한 달 정도 전화기에 불이 났죠. 근데 그게 끝이더라고요. 존재를 세상에 알릴 기회가 더는 없었어요. 심지어 꾸준히 한 달에 몇 번씩 공연하고 있는데도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아시안체어샷 해체했어요?'라고 물어봤어요. 1년에 몇 번씩 그 소릴 들었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황영원·보컬 베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앨범 발매도 늦춰졌다. 2015년 '톱밴드' 시즌3가 끝난 뒤 바로 발표하려 했지만, 이듬해 드러머 박계완이 팀을 나가고 새 멤버 이용진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산고 끝에 나온 앨범이라 "평생의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라고 멤버들은 입을 모았다.

'세상이 우리를 몰라주는구나.'

아시안체어샷은 우울을 안은 채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산골폐교를 개조해 만든 감자꽃스튜디오에서 합숙을 시작했다. 낮에는 산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며 연주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 8km를 달려야 했다. '이그나이트' 수록곡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요즘 그렇게 작업하는 밴드들이 많이 없잖아요. 하지만 그게 밴드의 가장 이상적인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합주하다 보면 '파팟!'하고 불꽃 튀듯 터지는 게 있어요. 기타 리프 위에 비트를 받쳐주고 그 위에 흥얼거리면 노래 하나가 나오죠. 공치는 날도 많았는데, 그럴 땐 술을 마셨죠."(손희남·기타)

앨범에는 강렬한 타이틀곡 '빙글뱅글'부터 잔잔한 록발라드 '그땐 우리'까지 9곡이 담겼다. '빙글뱅글'에서 아시안체어샷은 울분을 담아 노래한다.

'빙글뱅글 돌고 도는 현실의 목줄이/ 나와 그대를 끊어버리네/ 아침 해가 떴다/ 우리 밥값 하러 어서 나가보자'

굿판에서 영감을 받은 곡 '산, 새, 그리고 나'에선 처량함이 묻어난다. 아시안체어샷은 이러한 소리의 원천을 '한'(恨)이라고 했다.

"저는 비트 메이커로서 한국적인 리듬을 자연스럽게 살리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리듬감이 있거든요. 노래에 억지로 굿거리장단, 세마치장단을 넣는 게 아니라요. 그리고 어릴 땐 어떡하면 외국 사운드를 잘 베낄까 고민했는데, 그런 허세를 걷어냈어요. 어차피 아무리 걷어내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 한국적 '뽕끼'를 이왕이면 잘 포장하자 싶었던 거죠."(이용진)

K팝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멤버들은 "아이돌을 욕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즐겨듣는다. 하지만 해외 유행을 빠르게 잘 복사하는 수준에 그치는 노래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씽씽, 잠비나이, 두번째달 등 한국적 소리를 내는 밴드가 호평받아 기쁘다면서 "우리나라도 서양 못지않게 좋은 걸 가졌는데 많이 잊힌 것 같다. 현대인은 음원차트 100위 안에 주어진 노래만 듣고,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파는 음식만 먹게 되기 쉽다. 우리 노래로 불씨를 일으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제가 이렇게 물었어요. '록의 시대는 다시 옵니까?'라고. 다들 '아니오', '쩜쩜쩜…' 뭐 이런 반응이었죠. 그런데 한 분이 '누군가에겐 삶의 전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주셨어요. 그런 분들을 위해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 테니, 함께 가고 싶습니다."

아시안체어샷은 오는 19일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8'을 시작으로 다음 달 전국투어에 들어간다. 6월 1일 대구, 2일 부산, 8일 강릉, 9일 양양, 16일 광주, 29일 서울에서 공연한다. 11월 중순에는 단독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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