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침투한 실존 첩보요원 '흑금성' 실화
"지적인 매력·독창적 연출" 호평

▲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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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베일 벗은 '공작'…진중한 웰메이드 첩보영화

북한에 침투한 실존 첩보요원 '흑금성' 실화

"지적인 매력·독창적 연출" 호평


(칸<프랑스>=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이 베일을 벗었다.

12일(현지시간) 새벽 뤼미에르 대극장. '공작'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2시간 20분 동안 숨죽이고 영화를 관람하던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영화의 주역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박성민, 주지훈은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감격한 듯 눈가가 촉촉해졌다.

'공작'은 1990년대 북핵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대북사업가로 위장, 북한에 침투한 실존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암호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를 맞고 있는 가운데 나온 북한 소재 영화여서 일찌감치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날 공개된 '공작'은 기존의 첩보영화들과는 결이 확연히 달랐다. 첩보영화 하면 떠오르는 현란한 액션과 숨 가쁜 추격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심리전을 밑바탕으로 신분을 철저하게 위장한 첩보원의 활동과 역사적 사실을 시간순으로 충실하게 그린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두 남자의 우정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영화는 클래식하면서도 제법 무게감이 있게 다가오는 편이다. '범죄와의 전쟁'(2011)에서 한 남자의 삶을 통해 1980년대 사회상을 담아냈던 윤종빈 감독의 우직함과 뚝심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 된 박석영(황정민 분). 그는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대북사업가로 위장한 그는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북한 고위급 인사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하고,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북한 최고 권력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1997년 남한의 대선 직전 당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남북 수뇌부 간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고,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서울과 베이징, 평양 그리고 핵시설이 있는 영변 등을 오가며 숨 가쁘게 전개된다. 그동안 북한 소재 영화가 주로 남한을 무대로 남파 간첩이 등장했다면, '공작'은 북한으로 침투한 남한 공작원을 그린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평양을 무대로 한 장면도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세트와 실제 북한 관련 영상을 합성해 만든 장면이지만 마치 현지 로케이션을 한 것처럼 생생하게 구현했다.

영화는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 1993년부터 1997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 10여 년의 시기를 아우른다. 과거 이야기지만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 시사점을 남긴다.

다만 지나치게 '정석대로' 진행되는 편이다. 특히 흑금성이 북한 수뇌부를 포섭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초반 30분은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사도 많아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잘 모르는 외국 관객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하다.

이 때문인지 객석은 상영 시간 내내 적막이 감돌았다. 일부 관객은 초반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영화 중간에 함성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던 2년 전 '부산행' 상영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래도 여운은 긴 편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에 충성하는 흑금성과 리명운이 여러 고초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대목은 묵직한 감동을 준다.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는 대한민국 첩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북 공작원이었던 흑금성의 첩보 활동에 대한 궁금함에서 출발했다"면서 "현실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진짜 첩보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비교적 호평이 많았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윤 감독에게 "강렬하면서도 대단한 웰메이드 작품"이라며 "다음번은 경쟁 부문"이라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우디네 극동 영화제 집행위원장 사브리나 바라세티는 "최근 남북의 두 국가 원수들이 만난 시점에 다시 냉전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설정의 영화였다"면서 "황정민과 이성민은 남북한을 위한 환상적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외에 "남북을 둘러싼 특별한 이야기를 영리하고 독창적으로 연출했다"(프랑스 배급사 관계자), "엄청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다 긴장감과 지적인 매력이 있다" (대만 배급사 관계자) 등의 반응도 나왔다.

순제작비 160억원이 투입된 '공작'은 올여름 국내 관객과 만난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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