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 임상병리학과 교수

지난 5월 1일에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생인 자녀들이 대학 진학에 적용할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이 발표됐다. 연초 현 정부에서 개편될 김상곤표 20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계획이 1년 연기된 가운데 2020학년도 입학전형은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세워졌다. 점점 수시전형의 높아지는 비중과 수능의 무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발표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았던 지난 3월 말, 교육부 차관이 서울의 5개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요구하면서 일부 서울권 대학의 정시 비율이 높아졌지만 전국적으로는 수시 확대 추세가 계속됐다.

발표된 2020학년도 대입시행계획을 분석해 보면 수시모집 비율은 77.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시 비율은 이에 따라 22.7%로 줄었다. 논술 위주 전형은 매년 축소되는 추세다. 계속되는 공정성 여부와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학종은 더 늘었고, 수도권 대학들에서 실시하던 논술이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일부 편입되면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2020년도 대입전형의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고3 학생 수는 58만여 명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2020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고2는 이보다 5만여 명이 적은 52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2021학년도에 치르는 현재 고1의 학생 수는 46만 여 명으로 나타났다. 2021학년도 대입은 2018학년도보다 무려 12만여 명 적은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것이다. 지난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대학 진학률이 70% 아래로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신규 대입자원은 2020학년도는 37만 명 선, 2021학년도는 32만 명 선이 된다. 반면 2016학년도 4년제 대입정원은 38만 선 이었던 것이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2018학년도 대입 기준, 전국 개 4년제 대학의 모집정원은 35만 선으로 줄었다.

확실하게 대입자원은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단순함은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일반 고교의 졸업자 중 4년제 대학의 진학을 희망하는 5등급 대 즉 상위 60%선까지의 학생만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일부 관계자의 말을 빌면 이제는 선발은 지나간 이야기며, 모셔 와야 하는 현상이 된 것인데, 문제는 모셔올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전체 고3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고3이 차지하는 비중이 42% 정도이다. 현재는 이 중 46%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데, 12만명 정도가 줄어들면 약 56%까지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중부권의 대학 들은 지금까지 입학자의 30~50%를 수도권 학생들로 채웠는데, 이제는 아예 그 자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학생이 줄어들면서 교육부의 강력한 입학정원 감소정책은 시장경쟁의 원리를 내세우는 수도권 대학들의 강력한 주장으로 지방대학에겐 남의 떡이 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수도권 대학의 입학 기회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방의 학생들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으로 진출을 더 꾀할 것이고, 그러면서 지방의 비인기 사립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면서 수도권 대형대학과 지방대 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면서 양극화가 뚜렷해 질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대학들은 자원의 확보를 위해 수시전형을 계속 확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도 한계가 온 듯하다. 그런 가운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청회가 5월 3일 충남대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이끌고 있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담당한 공론화 위원회에 한 가닥의 희망을 갈고 있는데, 이는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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