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숲과 계곡, 그리고 호젓한 잠자리

▲ 휴전선 가까이 있는 복주산 자연휴양림 전경 [사진/전수영 기자]
▲ 휴전선 가까이 있는 복주산 자연휴양림 전경 [사진/전수영 기자]
▲ 산림문화휴양관 내부 모습
▲ 산림문화휴양관 내부 모습
▲ 청정자연 속의 용탕골
▲ 청정자연 속의 용탕골
[연합이매진] 철원 복주산 자연휴양림

때 묻지 않은 숲과 계곡, 그리고 호젓한 잠자리

(철원=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철원군 근남면과 화천군 사내면 경계에 있는 복주산(伏主山·1,152m)은 한북정맥 고봉 중의 하나로, 주위에 대성산(1,175m)·복계산(1,057m)·광덕산(1,046m) 등이 이어져 있다. 복주는 '복주께'(주발뚜껑)라는 이름에서 딴 것인데, 오랜 옛날 하늘에서 세상을 심판할 때 온 천지가 물에 잠겼으나 이 산의 끝머리 봉우리만 물 위에 주발 뚜껑만큼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전망이 시원하다. 북녘의 산야가 바로 펼쳐져 보이고, 대성산·백운산·화악산 등의 산 줄기들이 한눈에 잡힌다.

복주산의 북쪽 계곡에 자리 잡은 복주산 자연휴양림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장점이다. 자연휴양림 안에서 흐르는 계곡에는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버들치가 서식한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는 노랫소리 같다. 원시림에 가까울 정도로 울창한 숲은 폐부를 시원하게 할 듯한 맑은 공기를 뿜어댄다. 울창한 숲 속에 박혀 있는 숙박시설 앞으로 청정한 계곡수가 흐르다. 산림문화휴양관·숲 속의 집·연립동은 한곳에 모여 있다. 공동 주차장 입구는 숲 해설 출발지다. 하루 두 차례(오전 10시·오후 3시, 약 1시간 소요) 숲 해설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복주산 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차갑고 맑은 물과 울창한 숲, 바위에 붙어있는 깨끗한 이끼로 유명한 계곡이다.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용탕폭포까지 덱(Deck) 로드가 조성돼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산책로 주변으로 생강나무, 가문비나무, 복자기나무, 황벽나무, 자작나무, 복자기나무, 박달나무, 개암나무, 물푸레나무, 산뽕나무, 쪽동백나무, 함박꽃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나무 사이로 미치광이풀, 족두리풀, 산개불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겨울잠을 깬 산제비나비는 날갯짓으로 봄소식을 전한다. 계곡 한편에서는 북방산개구리알과 갓 부화한 올챙이, 도넛 모양의 도롱뇽 알을 관찰할 수 있다.

덱 로드 끝 지점에서는 힘차게 물줄기를 내뿜는 용탕(龍湯)폭포를 만날 수 있다. 옛날 옛적 천 년을 기다렸던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지 못하고 복주산 계곡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천둥이 치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저주가 풀리면서 승천했다고 한다. 매년 한 번씩 용이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간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전해진다.

용탕폭포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복주산 정상인데, 휴양림에서 편도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림문화휴양관 뒤쪽의 임도와 자작나무 숲길은 걷기와 명상을 함께할 수 있는 산책길이다.

자연휴양림 인근에는 산촌생태마을인 누에정보화마을과 잠곡저수지, 매월당 김시습이 은거했다는 매월대와 매월대폭포, 임꺽정의 이야기가 숨 쉬는 고석정,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리는 직탕폭포, 하얀 모래밭이 아름다운 순담, 용암이 만들어낸 송대소 주상절리 등 가볼 만한 명소가 많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chang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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