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부 팀장·경제학 박사

최근 충남 수출의 상승세는 눈부시다. 올해 3월까지 17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3월에는 82억 달러로 월별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무역흑자 측면에서도 충남은 2017년 8월 이후 전국 17개 지자체 중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무역수지는 13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여 우리나라 전체 흑자 규모를 넘어섰다.

한국 수출에서 충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남의 흑자 규모는 놀라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충남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 IT경기의 호조세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충남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컴퓨터, 석유제품의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 수출이 달성한 이러한 성과는 분명 높게 평가받을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충남의 무역구조가 가지고 있는 약점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충남 무역의 구조적 특징으로는 첫째, 2017년 기준 충남 수출의 84%가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중소기업의 수출 저변이 취약하다. 대기업의 수출이 부진할 경우 지역 수출 전체가 휘청거릴 우려가 있다.

둘째, 수출이 반도체, 컴퓨터, 석유제품 등 특정 품목에 치우쳐 있다. 올해 1분기에 이들 세 가지 품목이 충남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64%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32%의 두 배에 달한다. 반도체 경기 호황기가 저물고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던 이들 품목은 근심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외부 경기변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수출 품목의 다변화가 시급하다. 조선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고통받고 있는 울산과 거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충남 수출의 절반 이상인 54%가 중화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을 수 있다. 사드 갈등을 통해 우리는 중국 시장의 위험성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반도체 등 중간재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미했지만, 중국 시장의 환경이 언제고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는 닥친 후에 대응하려고 들면 이미 늦다. 세계 경제가 전 지구적 차원으로 통합된 상황에서 위기는 언제든지 우리를 찾아올 수 있다. 현재 충남 수출의 호황을 가져온 무역 구조상의 특징이 곧바로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수출 품목과 지역의 다변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화를 통해 대기업에 치우친 충남 수출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수출이 한창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무역구조를 개선할 적기(適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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