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지난 4월 27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요사이 발견되는 기대와 우려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그리고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사이에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과 진보 세력 그리고 젊은 세대들은 우려보다는 기대 쪽에, 야당과 보수 세력, 그리고 기성 세대는 기대보다는 우려 쪽에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인식 또 하나는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 방식이다. 먼저 북한을 우리의 경쟁 상대나 잠재적인 적으로 보는가 아니면 협력하고 공생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는가다. 전자의 시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북한의 주도권과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국가 간의 관계를 제로섬(영합) 게임으로 보는가 아니면, 가변합 게임으로 보는가의 차이다. 여기서 제로섬 게임이란 한 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항상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게임으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 간 진정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가변합 게임이란 협력을 통해 양 측 모두 이득을 보는 상황이 가능한 게임을 의미한다. 물론 그렇다고 반드시 협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고, 협력이 발생할 경우에는 양 측 모두 득을 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남북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사람은 이를 가변합 게임으로 보는 사람보다 당연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클 것이다.

이처럼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기대감에 휩싸여 우려하는 쪽을 무시하는 태도, 혹은 우려가 너무 깊어 기대하는 마음을 어리석다고 예단하는 태도다. 이처럼 극단적인 태도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지나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리 국민의 호감도가 세대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에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기대감에 휩싸이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의 경우 이처럼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평가를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에서는 지나친 감정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최대한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여 국민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감안하는 방향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추진하되 안보 태세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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