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각…3년간 439명 줄어, 남북정상회담에 상봉 기대감
등록↑…7만명 못보고 눈감아

▲ 아이클릭아트
#. “죽기 전엔 아버지, 어머니 무덤에 절을 한 번 올려야 하는데, 어디 모신지도 몰라.”

나이 열다섯에 삼촌을 따라 황해도에서 서울로 내려왔던 A 씨는 그 무렵 6·25전쟁이 터지면서 더 남쪽으로 내려오게 됐고, 그 길로 여든 살이 넘도록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10여 년 전 정부를 통해 형의 생존을 확인한 그는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등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 채 “형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신원을)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내 죽기 전에 형님을 볼런지 모르겠다”며 간절한 소망을 내비췄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회담을 통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또 정부가 북한에 판문점에서 하루 한 번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편지를 교환하자고 제안하면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90% 이상이 심각한 고령화 상태에 직면해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함께 규모를 확대하고, 2005년부터 3년 간 이뤄졌던 화상 상봉을 다시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이산가족 등록자는 올해 4월 말 기준 13만 1896명으로 이 가운데 7만 4772명이 가족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생존한 5만 7920명 중 1만 6756명(22.4%)이 90세 이상이며, 80대 3만 3871명(45.3%), 70대 1만 8778명(25.1%), 60대 4445명(6%) 등이다.

대전·충남권에서는 2990명이 생존해 있지만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던 3년 전보다 439명이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이산가족들은 상봉에 대한 기대를 넘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2015년 이후 한자릿수에 그치던 이산가족 등록 신청자 수가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3월부터 두 달간 440명으로 급증했고, 기존 신청자들의 등록 확인에 대한 문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서 기존 이산가족의 자녀 등 가족들도 관심을 가져 신청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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