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승·16패·승률 0.529·단독 3위. '이게 실화냐' 싶을 정도로 믿기 힘들겠지만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넘은 7일 현재 한화이글스의 성적표다. 지난해 8위, 2016년 7위 등 말 그대로 '만년 하위팀' 한화지만 올시즌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아직은 전체 144경기 중 110경기나 남은 시점이라 하위권 탈출을 안심하거나 가을야구 같은 더 큰 꿈을 꾸기에는 이르지만, 그래도 요즘 한화 팬들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승리의 기쁨에 표정 관리가 힘들다.

한화는 성적표 밑바닥을 못 벗어난 지 오래고, 그 팀의 팬들은 '보살팬'이라 불렸다. 보살팬이란 표현은 변함없이 열정적인 한화 팬들에 대한 칭송인 동시에 승리보다는 패배가 익숙한 독수리 군단에 대한 비웃음이고 놀림이기도 했다. 매 경기 8회면 늘 한화 팬들이 목청껏 외쳐대던 '최강한화'란 구호에 진심으로 동조한 야구팬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 것은 보살 팬들의 '정신 승리'였다.

하지만 한화는 확실히 달라졌다. 요즘 한화는 7회나 8회쯤 지고 있어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올시즌 한화의 반전이 더 기분 좋은 것은 팀의 레전드들이 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장종훈 코치는 한화의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우승(1999년) 멤버들이다. WBC의 감동을 선물한 국민감독과 한국프로야구 최다 우승 주인공 그리고 야신이라 불린 김성근 전 감독도 하지 못한 일을 팀의 전설들이 아니 선배들이 일궈가고 있다.

한화는 분명 달라졌고 그래서 팬들은 행복하다. 그것은 이글스가 단지 하나의 프로야구 구단이 아니라 대전시민 아니 충청인과 함께 호흡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올해만 15만2318명이, 지난해에는 경기당 8240명이 다녀간 명실공히 대전의 '핫 플레이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가장 열정적 팬으로 손꼽히는 리버풀 콥(서포터 별칭)들의 대표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처럼 한화도 팬들과 함께 가고 있다. 그 동행이 가을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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