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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최근 인상적인 영상을 하나 봤다. 국내 한 유명 건축가가 등장해 학교 공간의 변화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이 건축가는 학교가 교도소와 똑같다고 평가했다. 건물 하나, 운동장 하나, 담장으로 둘러싼 학교가 학생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돼 있어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운동장은 소수를 위한 축구 공간에 불과하다며 다른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그늘에 앉아 쉴 공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며 아이들을 실내공간에 가둬 두지 말라고도 했다. 학교에 점차 빈 교실이 늘어나니 부셔서 테라스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학교 공간의 특성은 과거엔 군대와 흔히 비견돼 왔다. 교사(校舍), 조회대, 운동장 등의 학교 구조가 막사, 사열대, 연병장 등의 군대 구조와 공간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군대를 쏙 빼닮았다는 점은 군사 독재시절의 권위적 학교 모습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강력한 근거 중의 하나로 활용되곤 했다.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의력 교육과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교육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바야흐로 학교 공간이 새롭게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펼치는 데 얼마만큼 적합할지 성찰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 세상 만물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지만, 학교 구조만은 19세기 양식 그대로라는 비판을 겸허히 들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을 위해 학교 공간이 갖추어야 할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학교 공간은 우선 디자인, 색채, 조명 등 외형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더불어, 배움과 돌봄, 쉼을 보장하는 복합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하는 데는 박스형 교실에 책걸상만 채워놓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창의적 배움을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실, 이를테면 특별실, 강당, 체육관, 공연장 등이 필요하다. 또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생회실, 동아리실 등 자치적 배움의 공간이 더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보건실, 상담실 등 돌봄을 위한 공간도 충분한지 살펴 봐야 하겠다.

무엇보다 독서, 놀이, 스포츠 등 문화와 체육을 위한 쉼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쉼은 회복과 성장의 필수 요소다. 학교 정원과 숲, 인근의 동산 등 자연 친화적 공간을 갖추면 더더욱 좋겠다. 자연은 가장 큰 선생님이자 지혜의 보고다.

충북교육청은 학교 공간을 바꾸고자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학교숲 조성, 초록학교 만들기, 공간재구조화를 위한 뉴스페이스 프로젝트, 놀이교육 시범학교 공모 등이 눈에 띄는 사업이다. 개별 학교들도 나름대로 배움과 쉼, 돌봄을 위해 공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학교, 독서·휴게를 위한 따뜻한 실내 공간을 갖춘 학교가 점점 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들이 충분하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학교 공간이 미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의 지혜를 키우고 행복을 가꾸는 요람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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