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여행 먹방·농사 등 다양한 테마로 시도

다큐로 간 예능, tvN 실험 이번에도 통할까

미니멀리즘·여행 먹방·농사 등 다양한 테마로 시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이도연 기자 = tvN이 실험에 가까운 다큐멘터리형 예능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tvN은 기존에도 교양 프로그램에 가까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을 통해 예능의 지평을 넓히는 시도를 했고, 그것은 방송가 전체 트렌드로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 실험 역시 주류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본격 다큐형 예능 시작을 알린 것은 스타 PD 나영석과 그의 사단 중 한 명인 양정우 PD의 '숲속의 작은 집'이다.

'숲속의 작은 집'에는 소지섭과 박신혜가 출연한다. 그런데 이 톱스타들을 외딴 숲 속에 데려다 놓고 제작진은 3시간 동안 밥 먹기부터 옷걸이 만들기까지 너무나도 소소한 것들을 요구한다. 두 사람 생활도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제작진 역시 별 코멘트 없이 이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힘쓴다. 요즘 유행하는 관찰 예능 형식인데, 자극적인 요소와 꾸밈을 모두 걷어내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워 보인다.


양정우 PD는 5일 통화에서 "출연자들이 혼자 있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연과 나와 둘만 있는 콘셉트를 잡았더니 이미 그곳에는 예능 요소가 없더라"며 "최근 유행하는 유튜브나 생존 영화 같은 것을 찾아보고 기획하다 보니 지금 같은 형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외국에도 다큐형 예능이 많더라"며 "방송의 기능은 대리만족에 있으니 늘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이런 포맷도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먹방'(먹는 방송) 역시 다큐에 가까워진다.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내세워 시작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그렇다.

세계 골목 곳곳 먹을거리를 맛보며 그 나라와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줄줄 읊는 백종원을 보고 있으면 흡사 EBS TV의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백종원 역시 최근 통화에서 "PD가 예능보다 다큐멘터리 같은 태도를 강조해 신경 썼다"며 "평소 가진 음식 관련 지식을 최대한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론칭을 앞둔 예능 두 편은 농사를 테마로 한 다큐형 예능의 탄생을 예고했다.

농촌에서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강제적으로 슬로우 라이프에 적응해야만 한다. 농사 역시 씨를 뿌리고 수확하기까지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여백에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기존 예능에서 익숙한 '깔깔 웃음'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감동이 동반된 웃음을 뽑아낼 수 있다. 요새 유행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오는 30일 첫 방송 하는 '식량일기'도 그런 지점을 노린다.

이 프로그램은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 가수 보아 등이 닭볶음탕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도시농부로 변신, 농사를 짓는 모습을 담는다.


오는 6월 방송을 앞둔 '풀 뜯어먹는 소리'는 출연자들이 아예 시골로 갔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는 16세 어린 농부 한태웅 군도 등장한다. 개그맨 정형돈과 김숙, 이진호와 배우 송하윤은 나이는 한 군보다 많지만 농촌생활에서는 후배다.

출연진은 한 군과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소확행'을 만끽할 예정이다. 연예인과 일반인이라는 차이는 물론 나이도 뛰어넘은 속깊은 대화 역시 관전 포인트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엄진석 PD는 통화에서 "어린 농부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들어가서 같이 살아본다는 측면에서 예능이지만 다큐멘터리"라며 "한 사람의 삶에 초점을 맞추기에 다큐멘터리식 스토리텔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농사는 정직하다. 기다림의 미학과 노동 후 느끼는 쉼의 즐거움이 있다"며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다큐형 예능은 아니지만 지상파인 KBS 2TV에서도 같은 소재의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를 내놔 최근 농사가 예능의 한 트렌드가 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lisa@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