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아카데미 '성폭행' 빌 코스비·로만 폴란스키 제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달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0)를 영구 제명한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아카데미는 성명에서 "지난달 성폭행 사건 재심에서 유죄가 난 이후 코스비에 대해 몇 가지 조처했다. 회원 명부(로스터)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했고 노스할리우드 캠퍼스에 옮기기로 했던 코스비의 흉상도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TV 명예의 전당 온라인 사이트에 있던 코스비의 이름도 지웠다"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코스비가 받은 에미상 수상기록을 취소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여러 건의 성폭행·성추행 혐의를 받은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영구 제명 조처한 바 있다.

코스비는 자신의 모교인 템플대학을 비롯해 3개 대학에서 받은 명예학위도 모두 취소됐다.

코스비는 현재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가택 연금된 상태이며 발목에는 GPS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허락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코스비는 과거 인기를 등에 업고 주변 여성들에게 접근해 약이나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하는 수법으로 여러 피해 여성을 농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코스비는 유죄가 인정된 세 건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형씩 최고 징역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 고령인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이 조절되더라도 최소 징역 5년 이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의 인종적 장벽을 뚫고 미국의 '국민 아버지'로 불릴 만큼 성공한 코미디언으로 우뚝 선 코스비는 말년에 연쇄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혀 나락으로 떨어졌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또 미국·스위스 등지에서 잇달아 성폭행 혐의를 받은 로만 폴란스키(84) 감독도 영구 제명한다고 밝혔다.

1977년 미국에서 13세 서맨사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던 폴란스키 감독은 형량 협상이 안 되자 달아나 도망자 신분으로 지내고 있으며, 스위스에서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됐다.

영국 배우 샬럿 루이스도 1983년 16세 때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폴란드·프랑스 이중국적자인 폴란스키 감독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고 프랑스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세자르상도 8차례 받는 등 연출자로서는 성공을 거뒀다.

oakchul@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