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광림한의원장

최근 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천천히 걷는 운동이 뱃살을 빼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의학에서도 "수레를 많이 타지 말고 많이 걸어라(少車多步)"라는 양생법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진료를 하는 중에도 가끔 어느 운동이 가장 좋은가를 질문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때마다 필자는 서슴없이 걷는 운동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걷는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일까? 그 이유를 하나씩 들어보기로 한다.

우선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구조적으로 상체는 많이 긴장되고 하체는 약해지기 쉬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출근은 차를 타고 하는데 핸들을 잡은 손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게 되고 가끔 옆에서 끼어들기라도 하면 화가 자신도 모르게 머리 끝으로 올라가는 상황은어깨와 등을 긴장된 상태로 몰아가게 되고, 자연히 상대적으로 잘 쓰지 못하는 하체는 점점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출근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며 혹은 컴퓨터를 가지고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어깨의 근육은 긴장시키고 하체는 약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된다. 이런 생활 습관에 젖은 현대인들에게는 걷는 운동만큼 하체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은 없다.

그렇다면 달리기는 어떤가? 달리기보다 걷는 운동을 많은 한의사들은 권한다.

그 이유는 하체를 튼튼하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달리기나 걷는 것이나 별로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상체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는 달리기는 별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걷는 운동이 좋은 두번째 이유가 나타난다. 즉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긴장을 풀어주는데 걷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퇴근하기 위해서 주변에 사람들과 치이면서 하는 걷기는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때는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조급한 마음으로 종종 걸음을 걷게 되는데,

한의학의 양생법에서 말하는 걷기란 그러한 종종걸음이 아니라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하는 산보를 의미한다. 즉 몇 발짝을 걷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을 걸었느냐가 걷기 운동의 측정 기준이 된다.

옛날 선비들은 주변의 경치와 맑은 공기를 만끽하면서 시조를 읊조리면서 산보하는 것을 풍류의 하나로 여겼다.
서양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산을 정복하는 등산보다는 산 아래 개울가에서 발을 씻고 사찰에 참배하는 문화가 발전하였던 것도 이러한 양생법과 무관하지 않다. 약한 하체만을 생각한 건강법이 아니라 긴장된 상체를 풀어 주는 것까지를 생각한 걷기. 음양의 조화는 이처럼 우리 선조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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