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대전본사 정치사회부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 열두 달 중 가장 바쁜 달로 5월을 꼽는다. 5월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부부의날(21일) 등 많은 기념일이 포함돼 있어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평소보다도 더 가정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시기인 것이다. 올해 5월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후속조치와 북미정상회담 등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은 일이 일어날 전망이다. 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인들은 집안일과 나랏일에 그 어느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교의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나온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큰 일을 하려거든 자기 자신과 가정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선거에 출마해 큰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마음 속에 반드시 새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지역의 한 유망한 정치인이 불미스러운 일로 온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자리에서 낙마한 일이 있었다. 반듯한 이미지로 충청인의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차기대권을 꿈꾸던 그였기에 국민들의 충격은 더 컸다.

그와 가까운 또다른 한 정치인 역시 추문에 휩싸이며 오랜기간 준비해온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과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과오가 결정적인 순간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계뿐만 아니라 최근 제계에서도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물세례 갑질’로 불리는 한진그룹 차녀 조현민 씨 사건은 그 여파가 총수일가의 탈세의혹으로 번지며 일파만파 일이 커지고 있다. 앞서 있었던 장녀 조현아 씨의 ‘땅콩회항’과 장남의 노인폭행 사건까지 다시 회자되더니 급기야 이들의 어머니 이 씨의 갑질 동영상까지 만천하에 공개됐다. 사건의 법적인 다툼은 차치하더라도 어머니 이 씨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총수일가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총수의 자녀와 배우자 등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이름을 못쓰게 하고 로고에서 태극기를 빼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가정의 문제를 다시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수양에 힘쓰고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종교 지도자들까지 지저분한 추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겠다는 이들과 거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들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모두 가정의달 5월을 맞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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