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치의 문화'

작은 사치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누려라

신간 '사치의 문화'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얼마 전부터 인구에 회자하는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

원대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꿈꾸기보다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눈앞의 행복을 챙기는 게 낫다는 의미다. 무소유(無所有)나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깨달음과 상통하는 듯하지만, 냉정히 봐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세대가 찾아낸 처세술에 가까운 행복론이라 할 수도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처럼 시골에서 직접 키운 농작물로 음식을 해먹으며 사는 것도 작은 행복을 찾는 한 방법이지만, 각박한 도시를 등질 용기가 없는 사람들도 도심의 일상 속에서 나름의 소확행을 실현한다.

어떻게? 크고 작은 소비를 통해서다.

신간 '사치의 문화'(문예출판사 펴냄)는 루이뷔통 가방, 에스티로더 화장품, 몽블랑 만년필 같은 명품(사치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낭비로 볼 수 없으며, 내적 만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방식이자 문화로 봐야 한다고 옹호한다.


과거에는 사치가 지배계층 전유물이었고 타인에게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한 행위였다면, 오늘날은 일반인도 쉽게 누릴 수 있을 만큼 개별화, 대중화, 일상화돼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자기만족 행위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소장파 철학자인 질 리포베츠키와 명품 브랜드 연구자인 엘리에트 루 폴세잔대학 교수로 사치를 두 가지 관점에서 조명한다.

하나는 인류 역사 속에서 변화한 사치의 양태와 의미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사회·역사적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초현대적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결합해 소비되고 산업화한 사치의 작동 원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마케팅과 기호학적 관점이다.

고대 인류에게 사치는 기부, 명예, 과시, 마술적 힘, 축제를 의미했고, 재화를 재분배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까지도 존재한 멜라네시아 군도 원주민들의 쿨라(kula)와 북미 인디언들의 포틀래치(potlatch)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와 계급사회가 출현하면서 사치는 신과 왕, 귀족의 권위를 세우고 재화를 축적하는 역할을 하게 됐으며, 근대로 접어들어 물질문명이 급속히 발전하고 부가 증대되면서 사치가 일반화하기 시작했다고 책은 분석한다.

저자들은 사치의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하면서 허영심이나 겉치레와 같은 사치에 덧씌워진 전통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겨낸다.

현대의 사치는 더 이상 도시의 퇴폐나 풍기문란, 사람들의 불행을 불러오는 악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치 욕구들은 이른바 말하는 더 많은 욕구 상승에서 기인하지도 않고, 부가 증대하고 사회적 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개인들을 점유했을 수도 있는 욕구 불만과 불만족에서 기인하지도 않는다. 사치에 대한 새롭고 일반적인 욕구들은 단순하게 소비주의, 개인적인 쾌락의 성스러움, 민주적인 행복할 권리를 완성하는 데서 기인한다."

유재명 옮김. 256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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