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일부 전시됐지만 시민들 존재조차 몰라
1993년 기증받아 관리 안돼 흉물 전락… 남북 관계 속 교훈 커

▲ 대전엑스포 개최를 기념해 과학공원 안에 세워진 베를린장벽이 부식되고 낙서로 도배돼 흉물처럼 변하고 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대전에 일부 이전·전시된 독일 분단의 상징 ‘베를린장벽’ 조형물이 낙서로 얼룩진 채 방치되고 있다.

베를린장벽은 1961년 동독 정부가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사람들과 동독 마르크의 유출을 방지하려 경계선 약 45.1㎞에 걸쳐 축조한 콘크리트 벽이다.

베를린장벽은 동유럽의 민주화로 1989년 11월 9일 철거됐었다.

베를린장벽이 대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철거 4년 뒤인 1993년 대전에서 열린 세계박람회(EXPO) 때다. 당시 대전시는 EXPO 개최를 기념해 철거됐던 베를린장벽의 일부를 독일 정부로부터 기증받아 엑스포과학공원 안에 이전해 놨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분단국가의 설움을 겪었던 독일을 거울삼아 한반도에도 평화로운 통일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이전·조성한지 25년차이자 독일과 같이 분단의 극복을 앞둔 현재 이 베를린장벽이 대전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드문 편이다.

그마저도 ‘윤주와 혜경 왔다감’ 등 수십여년간 한글로 새겨진 낙서들이 빼곡히 덧씌워져 과거 독일 국민들이 조국 통일을 맞아 새겨놨던 원래의 낙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별다른 가림막없이 비와 바람에 마주선 탓에 장벽 안 철근구조물도 그대로 드러나 있어 멀리서보면 콘크리트 흉물처럼 보여지고 있다.

기증받아 조성해놓고서도 EXPO가 끝나고부터는 지자체나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유지 관리나 홍보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삼아 65년만에 종전선언이 합의되면서 베를린장벽이 주는 교훈이 더 깊게 새겨지는 터라 아쉬움도 더 큰 상황이다. 엑스포과학공원 시설 관리를 맡은 대전마케팅공사는 유지·보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마케팅공사 한 관계자는 “세월도 많이 지났고 24시간 관찰할 수는 없다보니 안타깝게도 낙서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벽의 낙서를 지우면 자칫 훼손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다만 상징성이나 중요성을 감안해 잘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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