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효 한국당 대전시장 후보는 그제 한 토론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홍 대표 좀 오지 말게 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 후보는 홍 대표에게 "제발 말조심하시라"는 쓴소리도 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충남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은 남북 간 평화·번영을 전제로 진일보한 회담”이라면서 홍 대표와는 차별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이 전 총리는 “다소 어려움과 불편함, 납득이 안 되는 점이 있어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제1야당이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하는 건 당연한 책무다. 혹여 있을 지도 모를 국정의 오류를 바로 잡고 균형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팩트를 벗어난 비판, 대안도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 증오 일변도의 비판은 오히려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에 일본 아사히TV에 나와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사람은 좌파뿐"이라는 막말을 할 때부터 우려감을 키웠다. 보다 절제된 언어로 사리를 꿰뚫는 냉철한 비판일수록 절묘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법이다.
홍 대표 발언에 대한 역풍은 비단 충청지역에만 부는 게 아니다. 당내에서도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문제야 말로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는 이들의 인식은 백번 맞다. 당 지도부가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들의 비판에 주목한다. 동북아 정세 재편과 더불어 우리의 명운을 가름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중일, 한미, 북미, 한러, 북중, 남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전개될 예정인데 한국당의 처지가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