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갑질에 두번 우는 그들

 

 

☞'딩동!' 때론 남편보다 설레는 존재가 있다. 버선발로 뛰어나가도 모자라다. '택배느님'이다. 기다리던 택배 알림엔 하루가 즐겁다. 자주 시키면 알게 된다. 우리 동네 택배기사님 번호, 목소리가 정겹다. "감사합니다!"란 말로 그들의 땀방울에 경배한다. 올해로 만 25년이 된 택배산업에 건배한다. 편리한 삶의 1등 공신이다. 온라인몰·홈쇼핑과 나를 연결해준다. 가전제품, 옷, 생활용품 못살게 없다. 그들이 있기에 살 수 있다. 시간에 쫓기며, 무사히 와줘 감사할 따름이다.

☞누군가는 그들의 '일'이니 고마울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갑질'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얼마 전,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도 그렇다. 이 아파트는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택배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공지문을 내걸었다. '차 없는 아파트' 취지는 좋다. 하지만 환경이 뒷받침돼야 했다. 출입을 허용한 지하주차장 입구는 일반 택배차보다 낮다. 정·후문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카트로 일일이 옮기기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 결국 택배사들은 ‘배송거부’를 선언했다. 국민의 공분도 샀다. 대안이던 '실버택배' 마저 무산됐다. 전주의 한 아파트와 비교됐다. 이곳은 택배기사, 경비원 등을 위한 ‘한평 카페’가 있다. 진정한 고품격은 이런 게 아닐까.

☞기사들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받는 아파트도 있다. 치사하기 그지없다. 택배도 입주민이 시켜서 배달하는 거다. 억지로 갖다 주는 게 아니다. 대부분 고급 아파트에서 이러니 더 기가 찬다. 어느 대학교 기숙사는 기사에 택배 보관료도 받는다. 개당 500원씩이다. 배송료 수익은 개당 600~700원이다. 결국 기사들은 개당 100원씩만 버는 셈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 이런 걸 보면 '갑질'이 재벌만의 특혜는 아닌가 보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래저래 지쳤을 택배기사들이 때론 ‘영웅’도 된다. 얼마 전, 택배트럭이 도로 위 유모차를 구했다. 배송하다 화재를 막은 택배기사도 생각난다. 아찔한 상황 속 기사들의 '기사도' 정신이 빛났다. 지난해 택배 총 물동량은 23억 상자다. 국민 1명당 매주 1개 이상의 택배를 받았다.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여건은 여전히 숙제다. 갑질까지 더하니 ‘택배기사 수난시대’가 따로 없다. 택배를 받으면 기쁘다. 기다릴 때도 설렌다. 그 마음 반만이라도 기사들에게 대하라. 그들의 땀이 눈물이 돼선 안된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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