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 대전과기대 교수

21세기 과학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전세계 기업·국가마다 업종·경쟁·규모를 가릴 것 없이 이익을 찾아 누구와도 손잡는 '하이퍼-코피티션(Hyper-Coopetition)'이 이뤄지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축으로 한 협력이 전개되고 있고, 산업 차원에서는 기기 및 기업간 데이터를 연계해 공급망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업종 표준 플랫폼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업종·업체가 손 잡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유리한 시장 개발 위치를 선점하려는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또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서 급증하는 스마트폰 활용률, 자동결제 시스템, 저비용 고성능 센서, AI(인공지능) 발전은 기존의 O2O(Online To Offline)단계를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세계 오모(OMO·Online Merges with Offline)단계로 진화됨에 따라 오모 사피엔스(OMO Sapience)가 등장하고 있다.

인류학은 최초의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ce)는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의 오모(Omo)라는 지역에서 발견된 학술구분상 '오모-제1호'의 유골로 19만 5000년 전 인류의 기원을 추론한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의미의 호모(Homo)는 '순수하다', 사피엔스(Sapience)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다. 오늘날 지적 역량이 비슷한 네안데르탈인보다도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존재 이유로 호모사피엔스는 유전자의 우월함보다는 주변의 다른 종들과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언어와 사회성으로 지구의 척박한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즉, 현재 인류의 가장 큰 강점은 개체의 생존이 아니라 집단의 공존을 중요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상당히 많은 영역에서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간이 가진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 바로 공동체 역량이고, 이것이 인간이 가진 본질로 공동체를 생각하는 정신적인 유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서 생존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만들어 필수조건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선진국 공동체의식 분석결과를 비교한 결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한다'의 문항에 프랑스 63%, 영국 53%에 비해 한국 18%에 불과하였고,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걸 배우고 실천한다'에는 프랑스·영국은 각 60%, 한국은 4분의 1 수준인 16%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 올림피아드 등 개인별 국제대회에서는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19세기까지의 교육은 생산이 아닌 삶의 목적을 위한 교육으로 예술과 문학을 육성하는 교육이 발달했다면, 20세기의 교육은 산업사회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대중교육이다. 미래의 인간은 노동에서 자유로워지는 대신 삶의 의미로 개인적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과 기술뿐만 아니라 공동체 윤리와 성숙한 시민의식도 미래 사회에선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오래 전,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힘을 찾는 여정'이라 하여 십대 소년·소년들을 야생으로 보낸다고 한다. 나흘 혹은 닷새 동안 스스로를 돌보고 돌아온 후 나이든 여인이 그들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느꼈는지? 꿈꾸었는지? 묻고 대답을 기다린다. 진정한 답을 말하지 못하면 그들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그 과정을 반복한다고 한다. 대학 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 공론화 과정이 한창이다. 교육이란 영혼에 닿아서 울림이 있을 때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지식 정보의 대란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 의식을 가르치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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