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리얼리티 모두 충족해야…"진화한 관찰예능의 가능성"

'하트시그널2' 인기로 본 연애 리얼리티 성공조건

판타지와 리얼리티 모두 충족해야…"진화한 관찰예능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대리만족할 판타지도 줘야 하고 감정 이입할 리얼리티도 살려야 하니 예능 중에서도 고난도다.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SBS TV '짝'부터 요즘 젊은 층이 열광하는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까지 연애 리얼리티 예능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터진' 경우는 적었다. 그래도 '한 방'을 위해 제작은 계속된다.

최근에도 '하트시그널2' 뿐만 아니라 SBS TV '로맨스 패키지', tvN '선다방' 등 다양한 로맨스를 그리는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하지만 화제성은 천양지차다.

'하트시그널2'는 시청률은 1%(닐슨코리아)대에 머무르지만, 온라인 화제성은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이 부럽지 않다. 열광의 농도로 따지면 꽤 성공했던 시즌1보다도 짙어 하루 결방이라도 한 날엔 항의 댓글이 넘친다.


그저 일반인들의 연애를 그릴 뿐인데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시그널 하우스' 입주자들을 보면 면면이 화려해 시선을 붙든다. 속칭 뛰어난 '스펙'은 물론 매력적인 외모와 매너까지 갖추니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훈훈한 외모의 한의사 김도균, 뛰어난 언변을 갖춘 스타트업 창업자 정재호, 스물다섯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규빈, 다재다능함에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매력까지 갖춘 김현우 등 라인업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판타지를 준다. 여성 출연자들 역시 커리어우먼 오영주, 사진작가 겸 모델 김장미, 동안 미모의 임현주, 청순한 배우 지망생 송다은까지 드라마 속 헤로인 못지않다.

선남선녀들이 한 공간에서 '썸'을 타고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느껴지는 설렘과 긴장은 판타지 같으면서도 리얼함을 준다. 실제로 '하트시그널2'의 시청평 중 다수는 "나도 저렇게 썸 타고 싶다"이다. 출연진을 보면 주변에 있을 만한 인물인데 외모는 연예인 못지않으니 드라마보다 대리만족하기 좋다는 '상세 후기'도 있다.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은 세심한 연출의 힘과 더불어 대부분 출연진이 프로그램 본연의 취지에 집중하는 덕이 가장 크다. 청춘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만큼 멋지지만, 연예계 진출에는 뜻이 없어 보인다. 그저 짝을 찾아 썸을 타는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안심하고 '일반인'의 리얼한 연애를 지켜볼 수 있다.


반면, 파일럿 방송 때 5%대 시청률을 기록해 정규 편성을 앞둔 SBS TV '로맨스 패키지'와 tvN이 방송 중인 '선다방'은 판타지와 리얼리티 중 하나를 놓친 경우다.

'로맨스 패키지'는 2일 첫 정규 방송에서 어떤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이지만 파일럿 방송으로 판단할 때는 리얼리티가 부족했다.

호텔, 바캉스, 연애를 접목한 점은 신선했고 출연진 면면도 '하트시그널' 못지않게 화려했지만, 곳곳에 '설정'으로 보이는 연출이 묻어나 몰입을 저해했다. 출연진의 심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다짜고짜 서로를 노출하고 스킨십하는 포맷에 바로 감정이 이입될 시청자도 별로 없었다.

실제 커플이 된 일부 출연자가 그래도 방송 직후 얻은 관심을 이어가려는 듯 SNS에서 활발하게 '연애 활동'을 하다 화제가 식을 시점에 그만둔 사례 역시 시청자들에게 역시 '연예 활동'이었구나 싶은 인식만 심어줬다.


'선다방'은 반대로 판타지 요소가 부족한 경우다.

가수 이적, 배우 유인나 등이 운영하는 '맞선 전문 카페'는 낭만을 주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선을 보는 일반 남녀다. 이들은 '하트시그널2'나 '로맨스 패키지'의 출연진만큼 화려하진 않다. 그래서 더 정이 가기도 하지만 '내 친구 연애사'를 듣는 이상의 매력은 부족한지 시청률은 1%대에 머문다.

'카페지기'들과 예쁜 화면 처리가 낭만 요소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시선이 분산되는 역효과도 노출됐다.


이렇듯 프로그램마다 희비는 엇갈리지만 연애 리얼리티 제작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단순한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 약간의 설정이 들어가면서도 리얼리티를 살린 예능으로 다시 트렌드가 기우는 것 같다. 일종의 '진화'다. 그 설정에 가장 부합하기 쉬운 게 '연애'란 원초적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근래 새 연애 리얼리티가 최소 3편 더 대기 중인 것으로 안다"며 "과거 '짝'이 유행했던 시기에서 한 텀이 흘러 그 사이 연애관도 달라졌다. 젊은 층에는 공감대를, 좀 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 물론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둘 다 충족한다는 전제"라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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