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열 대전시 주택정책과장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가 가장 도시적이고 보편적인 주거형태다. 어떤 학자는 전통과 단절된 우리의 건축에서 가장 한국적이며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건축은 아파트라고 제시한다. 공감을 하든 안 하든 아파트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자산의 의미도 강해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 도시의 개발 역시 택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아파트 단지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 그동안 초고속성장을 목표로 달려왔던 전후 세대의 주택시장은 반듯하게 줄 세워진 획일화된 아파트 단지가 어색한지도 잘 몰랐지만 삶의 여유를 추구하고 도시의 경관을 브랜드화 하는 요즘 수요자들은 아파트의 입면을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와 미래 세대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게 될 아름다운 아파트의 조건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특정 평면과 획일화된 아파트에서 벗어나 표정이 있는 입면 특화 아파트다. 얼마 전 한 대학 교수가 발코니 확장으로 창문만 남은 우리의 아파트를 아쉬워하는 글을 쓴 책을 본 적이 있다. 그는 건축물에 널린 빨래가 도시에 컬러를 입히고 생동감을 넘치게 해준다고 표현했지만 결국 그가 전하고자 한 것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건축을 통하여 도시의 표정으로 투영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제 아파트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다양한 평면계획과 함께 주동의 배치와 스카이라인이 고려되어야 하고 색채 및 입면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외관에 대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둘째, 친환경, 생태주거 단지 조성 및 에너지 제로 아파트이다.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으로부터 발생된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화석 연료로부터 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탈 원전'을 시작으로 에너지의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제로 아파트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부터 모든 건축물에 대하여 에너지 제로 건축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만큼 우리 지역에도 에너지절감형 아파트의 설계를 서둘러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스마트한 아파트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4차 산업혁명은 주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을 통해 생활 가구나 가전제품에서 시작되고 있다. 미래의 아파트는 주택에 있는 모든 사물이 초 연결을 통해 거주자에게 다가오는 형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에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실내 환기설비, 거주자의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되는 냉·난방과 조명 시스템 등이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이러한 기술의 혁신은 주거 문화와 융합되고 접목되어 점점 더 똑똑한 아파트로 지어질 것이며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편리하게 바꿔줄 것이다.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는 사업시행자의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그 안에 거주하게 될 사람의 주거만족도와 입면·평면의 특화디자인으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으로 미래의 대전 아파트가 위의 제시된 조건을 갖추어 차세대 주거형태로 탈바꿈하여 전 세계에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대표 주거형태로 자리 메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