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도, 한때는 당당한 가장이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라일락과 장미가 사방에서 피어 온통 꽃향기로 가득하다. 대전역 대합실에는 멀리 여행을 떠나는 가족과 연인 등 사랑과 추억을 쌓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대전역으로 향하는 지하상가 끝자락 차가운 바닥에 자리를 지키는 외로운 이들도 있다.

종이박스 한 장 깔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는 사람, 술에 취해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는 사람, 술기운에 서로 욕설을 해가며 싸우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바로 노숙자들이다. 그들에게 가정의 달은 훈훈할수는 없다. 그래도 한창 젊고 힘이 넘치던 시절에는 한 가족의 가장이었는데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종교단체에서 주는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고 잠은 주로 대전역과 지하상가를 잇는 지하철역사 통로에서 종이박스를 깔고 쪽잠을 청한다.

대전시와 노숙자 관련 사회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대전역과 버스터미널, 시내 주요 상가 등을 배회하는 노숙자는 대략 600여명 규모로 추정된다. 최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살림살이도 팍팍해지면서 실직자와 가정불화 등의 사유로 거리로 내몰려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이들도 매년 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노숙인들을 쉼터에 입소시키거나 의료 서비스 제공, 알코올 중독 재활 등의 자활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이 그어느때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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