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6. 끝나지 않은 겨울 - 1편
지적장애 2급 인규는 열한살, 가정환경 최악…위생도 엉망
장애가진 엄마…아빠도 아파, 할머니 인규 걱정에 한숨만

“선생님, 제가 씻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봐요.” 지적장애 2급인 인규(11·가명·사진)는 매일 아침 마당에 연결된 수돗가에서 씻는다. 대문을 틈 사이 출근길 사람들의 무관심한 발걸음은 바쁘다. 유독 추웠던 지난 겨울, 담임선생님은 며칠을 씻지 않아 목과 발에 검은 때가 있는 인규에게 왜 씻지 않았냐고 다그쳤다.

통상 ‘씻는다’는 행위는 더러운 것을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개인의 사적 영역이다. 낯선이에게 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인규의 심정을 선생님은 그땐 미처 몰랐다.

인규네 집 대문을 열면 좁은 마당 한 구석 수돗가에 대야와 바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옆에는 물을 데워 쓴 흔적과 함께 집안의 온갖 살림살이가 정리되지 못한 채 나뒹굴고 있다.

4년 전 지자체 지원으로 화장실 보수 공사를 실시했지만 뜨거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추운 겨울엔 무용지물이 됐다.

가족들은 마당에서 가스버너를 통해 물을 데워서 씻고 있지만 어린 인규의 위생상태는 몹시 열악하다. 부엌은 문이 뒤틀려 바깥공기가 그대로 전해졌고 집안의 모든 세간살이는 마당에 나와있다. 거실에는 먹다 남은 반찬들이 실온에 놓여 있고, 상하기 직전의 상태로 방치돼 있다.

화장실이 멀어 집안에서 해결하기 위한 해묵은 요강은 열악한 위생상태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지난 겨울엔 보일러 고장으로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았으며 집 내부는 절반이 곰팡이로 가득 차 쾌쾌한 냄새가 가득하다.

인규네 집이 이렇듯 관리가 안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인규의 지적장애는 유전으로 어머니 민경(42·가명)씨 역시 동일한 장애를 갖고 있다.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없어 정상적인 양육은 물론 가사일도 불가능하다.

전기설비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명진(51·가명) 씨 역시 지적장애 바로 전 단계인 경계선 지적지능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인규의 친할머니는 하루종이 보따리 장사를 하지만 생계에 도움은 전혀 되고 있지 않고 외상값만 늘어간다. 가족 중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쓰레기와 함께 이들의 근심걱정도 하루하루 늘어만 간다.

인규의 할머니는 “딸네 집을 오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내가 건강해서 집안일을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도 못되고… 무엇보다 어린 인규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눈물을 짓는다. 꽃피는 봄이 왔지만 인규네 집은 아직도 겨울이다.

<5월 4일자 1면에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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