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충남본부 부장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칼럼의 서두를 이 말로 시작한 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6·13 지방선거가 5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처해 있는 ‘교육감 선거’의 현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만,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 유권자들은 거대 여야의 선거 전쟁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니, 교육감 선거는 관심 밖에 머물고 있다. 교육감 후보자들도 여기에 편승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이름만 올려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충남도교육감을 예로 든다면, 26일 현재 중앙선관위에는 2명의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명노희 충남미래연구원장은 2월 13일에, 조삼래 공주대 명예교수가 3월 30일에 등록했다. 김지철 현 도교육감은 재선 도전이 확실하지만,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보니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명 예비후보는 두 달 반 이상을, 조 예비후보는 1달여간을 후보로 지낸 셈이다. 그러나 명 예비후보나 조 예비후보, 김 교육감 모두 뚜렷한 공약이나 비전을 공개하는 것을 볼 수 없다. 2명의 예비후보 측은 공약과 관련해 ‘준비 중’이라거나 ‘상대 후보의 분위기를 봐 가며 공개하겠다’라는 말로 얼버무린다. 김 교육감은 현직이라서 공약을 포함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다. 후보들의 공약과 비전을 놓고 제대로된 검증의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탓에 이번 교육감 선거가 ‘묻지마’ 투표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일부 교육감 후보 캠프에선 지방선거에서 부는 정치 바람에 은근슬쩍 기대어 당선되길 바라는 눈치도 보인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우려스럽다. 2010년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이후 열린 3차례의 선거는 모두 ‘보수’와 ‘진보’의 이념프레임 속에 갇혀 치러졌다. 후보들 스스로 보수와 진보의 틀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결국 표 때문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부는 정치 바람을 타기 위한 전략도 깔려 있어 보인다. 법적으로 교육감은 정당인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정치적 편향성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쉽게도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표를 한 표라도 더 얻어야 승리한다. 정당 등 조직적 지원없이 교육감 후보 혼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교육감 후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념 프레임 전쟁에 함몰되고 있다. 선거에서 진보 바람이 불면 진보 측 후보가 당선되고, 보수 바람이 불면 보수를 표방한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를 앞선 선거에서 자주 목격했다. 결국 후보들에게 공약이나 교육철학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후보들 인식 속에 ‘누가 공약보고 투표하나, 바람만 잘 타면 되지’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 수도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나 보수 단일화가 성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념이나 노선 등으로 치열하게 공방하고 정권을 창출해야 하는 정치권에선 ‘단일화’가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교육에서조차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육에 보수와 진보가 있나? 교육계에선 이 질문에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왜 교육감 후보들은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또는 스스로 만든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때로는 단일화를 하려고 하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약속하는 비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지 않나?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