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세계적 테너 알라냐와 세종문화회관서 듀오 콘서트

▲ 소프라노 조수미/ ⓒKim Yeong Jun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프라노 조수미/ ⓒKim Yeong Jun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프라노 조수미/ ⓒKim Yeong Jun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프라노 조수미/ ⓒKim Yeong Jun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수미 "'신이 주신 목소리'란 수식어에 책임감"

내달 세계적 테너 알라냐와 세종문화회관서 듀오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제 별명이 '슈퍼(Super) 수미'예요. 기본적으로 에너지는 정말 타고난 것 같아요. 16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서도 바로 스케줄에 들어가기도 한다니까요. 하하. 두 번째는 쉽게 좌절하지 않아요. 슬럼프에 빠지는 대신 '어디 한번 해볼까'라면서 도전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데뷔 32년째를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56)는 여전히 바쁘다. 세계 무대에서의 '클래스'도 여전하다.

올해만 해도 테너 호세 카레라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에게 '클래식 음악가상'을 준 러시아 '브라보 어워즈'에서 '최고 여성 연주자상'을 받았고,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네트렙코 등과 작년 세상을 떠난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를 추모하는 무대를 열었다.

오는 5월 31일에는 프랑스 출신 세계적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55)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며 최고와 최고의 만남을 기획한 이번 무대에는 '디바 앤 디보 콘서트'란 이름이 붙었다.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전화를 받은 조수미는 "한국 공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세종문화회관 40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특유의 생기와 에너지로 가득했다.

조수미와 알라냐는 1992년 같은 해에 영국 코벤트가든 무대에 데뷔한 인연으로 친해졌다.

이후 두 사람은 1998년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고 음반도 발매했다.

사실 조수미는 알라냐 전 부인인 게오르규와 더 친분이 있는 터라 한동안 그와 어색하게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세기의 커플'로 불렸던 알라냐와 게오르규는 한 차례의 이혼과 재결합을 거쳐 2013년 다시 이혼했다.

"며칠 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알라냐가 출연한 '투란도트'를 관람했어요. 정말 '와우'를 몇 번이나 외쳤어요. 성악가들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묻히기 쉬운 작품인데도 알라냐 목소리는 트럼펫처럼 뚫고 나오더라고요. 전성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로 찾아가서 인사를 나눴죠. 게오르규와 이혼한 뒤 조금 어색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둘 다 기가 막힌 아티스트들이잖아요. 또 이제 각자 파트너도 있고요. 양쪽과 예전보다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이들은 탄생 100주년을 맞은 번스타인, 서거 150년을 맞은 로시니 등을 기념하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통 오페라 아리아가 다수를 이루지만 조수미는 이번에도 한국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넣었다.

2002년 월드컵,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 홍보에도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는 그다.

조수미는 "보통 한국 무대에 함께 오르는 가수에게 우리 가곡 한 곡 정도는 연습을 시키는 편인데 알라냐는 너무 바빠 말도 못 꺼내봤다"고 웃었다. "그래도 알라냐가 춤까지 추는 앙코르를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조수미를 떠올릴 때 '신이 주신 목소리'란 수식어부터 떠올린다. 1988년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오디션에서 만난 전설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은 조수미 노래를 듣고 "이런 목소리는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조수미는 "다른 사람도 아닌 카라얀이 준 수식어"라며 "아직도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끔 제게서 기가 막힌 소리가 나올 때가 있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연습한 것보다 더 대단한 소리죠. 제 몸에서 나오는 소리이긴 하지만 위에서 누군가가 주는 느낌을 받아요. 친구들한테 농담으로 '이거 내가 한 거 맞느냐'고 묻을 정도로.(웃음) 카라얀도 아마 당시 제게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제 목소리를 잘 관리 해야겠죠. 가끔 공감도 가지만 책임감이 큰 수식어입니다."

그는 5월 한국 무대를 마치고 7월 호주 투어, 8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대학에서의 마스터 클래스, 10월 캐나다 투어, 스타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의 듀오 무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영화 '유스'에 이어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 '로로'(Loro·그들)에도 다시 한 번 출연했다.

올가을 한국에서는 잔디밭 콘서트에 오른다. "클래식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가족, 연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그는 늘 바쁘다.

"온종일 엄청 바빠요. 공연하고 연습하고 이동하고…. 정신이 없죠. 또 제가 개를 세 마리나 기르잖아요.(웃음) 사료를 안 먹이고 고기랑 당근, 호박 등으로 직접 먹을 것을 만들어줘요. 그중 한 마리는 18살이나 된 노견이라 계속 옆에서 돌봐줘야 해요."

그래도 그는 여전히 "일이 재밌고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깔깔 웃었다.

"일 욕심이 워낙 많고 한 번 벌려놓은 것은 어떻게든 추진을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앞으로도 늘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무대 위에 서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그 에너지가 늘 더해요. 음악 외적인 사회 활동도 더 많이 하고 싶고요. 한국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가면 늘 하루 이틀은 쓰러져 잠만 자야 할 정도라니까요. 하하"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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