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석 남대전농업협동조합장

얼마 전 조합원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제주. 왜 제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풍경들. 산과 바다, 한창 자태를 뽐내는 꽃들까지. 제주의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들도 기억에 남지만 유독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이 하나 있다.

용머리 해안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해변 가에 해녀들이 소라며 문어, 전복 등을 팔고 있는 모습에 조합원 서넛과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해산물을 팔던 해녀에게 궁금한 게 있어 물어 봤다. "여기서 해산물 파는 해녀들이 많은데 서로 싸우지는 않으세요?" 그러자 그 해녀분이 답하길 "왜 싸워요? 여기 다 따로 장사해도 정산은 함께 해서 똑 같이 나눠요. 소주를 한병 판 사람이나 세병 판 사람이나 똑같이 나눠 가져요"

처음에 언 듯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손자들 용돈이라도 주려면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을 텐데 똑같이 나누다니 무슨 이유에서 일까?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이렇게 했다는 것이다. 공동수집, 공동판매, 공동분배를 한다. 나이 많은 해녀들은 사실 물질이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해녀들이 전혀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오랜 해녀들은 바다에 있는 길을 안다고 한다. 젊은 해녀들은 나이 많은 해녀에게서 물길과 물질 요령을 배운다. 그러면 아무 요령 없이 혼자 물질을 할 때보다 일도 수월하고 해산물 수확량도 많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작업한 해산물을 나이 많은 판매조에게 넘기면 판매조 해녀들은 그 해산물을 잘 손질해 해안가를 찾은 손님들에게 판매한다. 물질하고 판매하고 힘든 일을 혼자 다 했는데 그렇게 업무를 분장하고 나니 일도 수월하고 수익도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 해안가 곳곳에 해녀들이 나누어 해산물을 판매한 수익금을 한데 모아 물질한 해녀들과 판매한 해녀들이 똑같이 나눈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혼자 할 때 보다 더 돈벌이가 될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서로 만족하며 더 활성화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젊은 해녀들은 물질도 하고 판매도 직접 하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을 법도 한데 젊은 해녀도 언젠가는 나이 먹고 물질을 하지 못할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은 당장 손해처럼 느껴지지만 나중을 위해서는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필요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해녀들의 협동을 보면서 협동조합의 대표인 조합장으로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몸소 협동을 실천하는 해녀들. 바다에 들어가 자기 역량대로 채취하고 협력해 판매해 더 많은 이익을 얻어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해녀들의 일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의 경쟁력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발전해야 서로간의 협력이 가능하고 조직이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경쟁력을 존중하고 상호협력 하는 상생문화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귀감이 된다. 지금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있는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함께라면 가능하다. 함께 가면 더 멀리 오래 갈 수 있다. 지금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사는 법을 이야기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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