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 농아 할머니·'우리가 만난 기적' 푼수 사모님

신 스틸러 된 '연극계 대모' 손숙·윤석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농아 할머니·'우리가 만난 기적' 푼수 사모님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역시 내공이 다르네.'

연극계 대모 손숙(74)과 윤석화(62)가 나란히 드라마에서 '신 스틸러'로 활약하고 있다.

연극에서 활동하면서 간간이 드라마에도 출연한 두 배우이지만, 최근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은 이전에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손숙은 tvN 수목극 '나의 아저씨'에서 여주인공 이지안(아이유 분)의 할머니를 연기한다. 그런데 대사가 없다. 심지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대배우 손숙인 줄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 할머니에게서 시청자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손숙이 맡은 할머니는 청각장애인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또 다리가 불편해 거동도 못 한다. 백발이며, 금세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빈곤층 노인의 모습이다.

이지안은 큰 빚을 남기고 도망가버린 엄마 대신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왔다. 잠시 요양원에 모셔놓았지만 병원비가 밀리는 바람에 할머니를 병원 침대째로 싣고 나와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다.

손숙은 이 과정에서 무력하기 그지 없는 노인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거죽만 남은 듯 한 줌도 채 안될 것 같은 몸뚱이, 눈만 간신히 껌뻑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지닌 할머니는 돈에 쫓겨 절박하게 살아가는 손녀가 이끄는 대로 몸을 내맡긴 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꺼이, 꺼이" 정도의 소리만 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데 손숙은 백 마디 말보다 강한 한마디 눈동자 언어, 손짓으로 화면을 채웠다.

손숙을 아는 세대는 손숙이 이런 모습, 이런 역할을 해서 놀랐다.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기품있는 귀부인, 인자한 어머니, 지식인층을 주로 연기한 손숙의 대변신이기 때문이다.

손숙을 모르는 세대는 이 배우가 누구기에 이런 연기에서 울림이 나올까 궁금해했다. 어린아이나 앉을 수 있는 쇼핑카트에 폭 실린 채 담요로 덮여 몰래 이동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별다른 연기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손숙은 표정 하나로 시선을 잡아챘다.

KBS 2TV 월화극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는 윤석화의 코믹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윤석화는 극중 남자 주인공 송현철A(김명민)의 엄마 '황금녀' 역을 맡았다. 이기적인 부잣집 사모님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패션감각이 뛰어난 아름다운 귀부인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황금녀는 알고 보면 푼수이고 주책없다. 금쪽 같은 아들이 교통사고 후 상상도 하지 못한 종류의 전혀 딴사람이 됐음에도, 그저 아파서 그런 것이라며 돈과 미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나선다. 황금녀는 절박함에서 발을 동동거리지만 늘 헛다리를 짚는 것이어서 웃음을 실어나른다.

특히 황금녀는 취미 생활로 춤을 배우는데, 심각하고 절박한 순간 저승사자의 농간으로 그가 난데없이 춤을 추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천연덕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 모습에 '정신이 나간 할머니' 취급을 받게 된다.

윤석화 역시 그간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하며 부잣집 사모님, 상류층 여성 등을 주로 연기했는데, 이번처럼 코믹함이 강조된 역할은 드물었다. 직전 드라마 출연작인 SBS TV '사임당 - 빛의 일기'에서도 그는 고생 한번 해보지 못한 콧대 높은 시어머니 역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실제 성격과 비슷하게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를 맡아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황금녀는 많은 장면 등장하지 않지만, 등장했다 하면 엉뚱한 짓을 해 웃음을 유발하면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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