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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춘추]
한선희 대전시 과학경제국장


"할아버지! 상추는 어떻게 키워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 중인 나에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과거에 농사경험이 있었는지 열심히 설명해 주었으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손주는 관심을 돌렸다. 상추씨가 파종되고 자라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과정을 말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세대 간 소통의 방법으로 도시농업이 활용될 수 있다는 실증의 경험이었다.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농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연 친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행위… 하지만 도시농업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취미농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겨 하는 일을 말한다. 도시농업은 바로 즐기기 위한 농업이다. 어렵지 않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비닐봉지나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 베란다에서 상추를 재배해도 좋다. 생활 속 모든 소재와 공간들이 도시농업의 훌륭한 구성요소고, 거기에 사람이 추가되면 도시농업은 완성된다.

할아버지와 손주, 엄마와 아들, 이웃 주민과 직장동료… 나이와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실패해도 좋다. 취미로 하는 것이니,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추억을 수확하면 그걸로 풍년이다. 도시농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심신 안정과 치유, 자연을 알게 되는 참된 교육, 가족과 이웃 간 소통, 농업의 가치 이해, 공동체 회복, 이를 통한 다양한 사회적 변화의 움직임 등 어느 것 하나 값지지 않은 것이 없다. 도시농업의 확대로 농산물 판로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도시농업을 경험한 사람은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농업을 경험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으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낸다면 우리 농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우리 시에서는 올해, 쓰레기 등으로 방치된 유성구 복용동 학교용지에 국·시비를 확보하여 공영도시농업농장을 조성하고 개인과 단체에 분양하였다. 많은 시민이 직접 농작물을 가꾸어 수확하는 과정에서 나와 가족, 이웃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자연 속에서의 행복을 만끽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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